한국미술 ‘100억’ 시대 예고… 김환기 작품세계로의 초대

최근 대구 수성구 대구미술관 ‘김환기’전을 찾은 관람객들이 작품을 둘러보고 있다. 전면 점화가 탄생하기 전인 1960년대 뉴욕시대 초기의 작품으로 작품에서 음악성이 느껴진다. 대구미술관 제공
 
서울 종로구 환기미술관 기획전 ‘사유·공간·창작·노트Ⅱ’의 전시 전경. 대형 전면 점화와 조형적 실험이 돋보이는 입체의 공예 작품이 나란히 전시돼 하모니를 이룬다. 환기미술관 제공


한국 화단에서 ‘추상미술의 아버지’로 불리는 김환기(1913∼1974)의 작품이 ‘100억원 시대’를 예고하고 있다. 지난달 말 홍콩에서 열린 서울옥션 경매에서 김환기의 붉은색 전면 점화 작품(1972년 작)이 85억3000만원에 낙찰되며 한국 작가 사상 최고가를 갈아치웠다. 100억원 돌파는 무산됐지만 김환기의 작품이 계속 고가를 경신하는 수년간의 추세가 이어진다면 100억원 시대가 머지않아 도래할 것이라는 게 전문가들의 전망이다.

김환기의 작품 세계에 대한 궁금증을 해소시켜줄 전시가 때마침 대구와 서울에서 열리고 있다.

김환기 화업 세계의 변천사를 일별하고 싶다면 대구 수성구 미술관로 대구미술관의 ‘김환기’전을 추천한다. 일본 유학시절의 반구상 작품부터 그의 상징과도 같은 전면 점화가 완성된 뉴욕시대까지의 작품 108점과 아카이브 100점이 총출동하는 대규모 기획전이다. 전시는 일본 도쿄시대(1933∼37년)와 서울시대(37∼56년), 파리시대(56∼59년)와 서울시대(59∼63년), 뉴욕시대(63∼74년) 등 인생 궤적에 따라 작품을 살펴보는 연대기적 구성을 취한다.

청년 시절 일본에 유학해 입체파와 미래파 등 서구 전위 미술의 영향을 받으며 진취적인 시도를 이어가던 작가는 귀국 이후 항아리, 여인 등을 소재로 한 반구상 작품으로 한국적 정서를 표현하는 데 심혈을 기울였다. 이어 서울 생활을 접고 세계 미술의 중심지 파리에 가서는 역설적으로 십장생, 매화 등 더 한국적인 소재에 천착하는 작품 경향을 보였다.

김환기는 1963년 브라질 상파울루 비엔날레 참가를 계기로 일생일대의 모험을 감행한다. 그의 나이 50세. 적지 않은 나이였으나 귀국하지 않고 추상미술의 거점으로 떠오른 뉴욕으로 가서 정착한 것이다. 그곳에서 서구의 추상 세례를 받으면서 고국에 대한 어쩌지 못하는 그리움을 담아 캔버스 가득 점점이 점을 찍은 전면 점화 추상화 ‘어디서 무엇이 되어 다시 만나랴’를 탄생시킨 것이다. 캔버스에 옮기기까지 신문지에 무수히 연습했던 점화 습작 등 아카이브 자료가 풍부하게 나와 작품에 대한 이해를 돕는다. 지난달 22일 개막한 전시는 20여일 만에 1만6000여명이 다녀가는 등 뜨거운 관심을 받고 있다. 8월 19일까지.

서울 종로구 자하문로 환기미술관의 기획전 ‘사유·공간·창작·노트Ⅱ’전은 캔버스에 그려진 평면 작업으로만 이해돼온 김환기의 작업 세계를 새롭게 들여다볼 것을 제안한다. 전시장엔 푸른색, 붉은색, 노란색 대형 전면 점화가 사방에 걸려 있는데, 특유의 리듬감 탓에 마치 중세 교회 안에서 웅장한 종교음악을 듣는 듯한 기분이 든다.

그런 가운데 김환기의 말년 입체 작품이 전시돼 눈길을 끈다. 김환기가 뉴욕 시대에 종이의 물성을 연구하며 일종의 종이죽공예 작업을 했던 것이다. 종이죽으로 빚은 꽃잎 모양, 나뭇잎 모양 등 다양한 형태의 입체 오브제 작업은 그리 알려지지 않았다. 종이죽공예품에 칠해진 도안은 회화에서 볼 수 있는 구성을 취하고 있어 배경의 회화 작품과 빚어내는 하모니가 재미있다. 전시는 이런 ‘조각적 고찰’에 주목하며 작가들의 창작 활동을 격려하는 취지로 40∼50대 작가 5명을 초청했다. 권오상 김건주 김은형 이진주 정재철 작가의 회화, 설치, 조각, 미디어 작품이 어떻게 김환기의 작품 속에 녹아드는지 살펴보는 묘미가 있다. 8월 26일까지.

손영옥 선임기자 yosohn@kmib.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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