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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산·울산 덮친 ‘민주 바람’ 대구 격차도 좁혀… 바닥민심 뒤바뀐 영남

추미애 더불어민주당 대표가 13일 밤 서울 여의도 국회의원회관에 마련된 선거상황실에서 허태정 대전시장 후보 이름 옆에 당선 스티커를 붙이고 있다. 최종학 선임기자


더불어민주당이 6·13 지방선거에서 사상 처음으로 부산·울산·경남에서 광역단체장을 배출했다. 1995년 민선 지방선거가 처음 도입된 이래 처음 벌어진 일이다. 13일 오후 11시30분 현재 개표 상황을 고려하면 민주당은 부산·울산 승리를 앞세워 전국 17개 광역단체장 선거 가운데 14곳에서 승리했다. 대구와 경북, 제주를 제외한 전국이 민주당에 포위된 모양새다.

민주당의 압승은 노무현정부 말기인 2006년 제4회 지방선거의 참패를 그대로 되갚아준 것으로 평가된다. 당시 자유한국당의 전신인 새누리당이 전국 16개 광역단체장 가운데 12개를 차지하며 완승을 거뒀다. 당시 여당이자 민주당의 전신인 열린우리당은 전북 1곳만 지켜냈다. 지금과는 정반대로 한국당의 참패다. 노무현 전 대통령 이후 보수 진영이 두 차례 집권하는 동안 바닥 민심이 완전히 뒤바뀐 것이다.

이번 지방선거 최대 격전지로 꼽힌 경남에서는 김경수 민주당 후보와 김태호 한국당 후보가 밤늦게까지 엎치락뒤치락을 계속하다 김경수 후보의 신승으로 끝났다. 민주당은 동진 전략의 최전선인 이곳에 문재인 대통령의 최측근인 김경수 후보를 내세웠다. 한국당도 이에 맞서 김태호 후보를 꺼내들었다. 두 후보가 팽팽하게 맞서면서 투표 당일까지도 어느 누구 하나 승리를 낙관할 수 없는 곳으로 분류됐다. 여론조사상으로는 김경수 후보가 앞섰지만 유·무선 비율에 따라 박빙으로 결과가 나오기도 했다. 실제로도 오후 11시30분 현재(개표율 25.2%) 김경수 후보가 48.55%, 김태호 후보가 47.35%의 득표율을 기록하며 초박빙 상황을 보였다. 부산에서는 오거돈 후보가 네 번의 도전 끝에 당선됐다. 현직 시장이자 친박(친박근혜)계 핵심 인사로 꼽히는 서병수 한국당 후보를 따돌렸다는 점에서 의미가 크다. 울산에서도 송철호 후보가 현직 시장인 김기현 한국당 후보를 상대로 승리했다. 도지사와 국회의원을 포함해 9번째 도전 끝에 당선됐다. 민주당은 부산과 울산에서 민주당 깃발을 꽂으며 동진에 성공했다.

수도권도 민주당의 완승으로 끝났다. 서울시장에 박원순 후보, 경기지사에 이재명 후보, 인천시장에 박남춘 후보가 나란히 당선됐다. 경기지사 선거 막판 이재명 후보에게 ‘김부선 스캔들’ 의혹이 거세게 제기됐지만, 표심에는 별다른 영향을 미치지 못한 것으로 나타났다. 일부 친문(친문재인) 성향 유권자들을 중심으로 무효표 운동 움직임까지 보였지만, 유권자들은 더 이상 한국당에 기회를 주지 않았다.

주요 선거에서 ‘캐스팅 보터’로 분류돼 온 충청권도 이번에는 민주당에 힘을 모아줬다. 대전·충남·충북·세종 모두 민주당 후보들이 승리했다. 지난 3월 ‘미투’ 의혹이 제기돼 자진사퇴한 안희정 전 충남지사의 후폭풍도 그리 크지 않은 것으로 해석된다. 민주당 입장에서는 2020년 치러질 21대 총선 승리를 위한 충청권 기반을 단단히 다질 수 있게 됐다. 보수 성향이 강한 것으로 알려진 강원에서도 최문순 후보가 무난히 3선에 성공했다.

민주평화당은 ‘여당 견제론’을 꺼내들며 호남을 집중 공략했지만 실패했다. 민주당은 전북·전남·광주 3곳에서 모두 압도적인 표 차이로 평화당 후보를 따돌렸다. 한국당은 전남과 광주에 후보조차 내지 못했다.

보수의 심장으로 불리는 TK(대구·경북)는 한국당이 지켜냈다. 선거 전 민주당은 “이번에는 TK도 디비진다(뒤집어진다)”며 각오를 다졌지만 TK의 높은 벽을 다시 한 번 실감했다. 제주지사 선거도 무소속 원희룡 후보가 당선됐다. 문재인정부 청와대 제도개선비서관을 지낸 문대림 민주당 후보가 ‘문재인 마케팅’을 펼쳤음에도 결과를 뒤집지 못했다. 원 후보가 바른미래당을 탈당하면서 보수 색채를 빼고 부동층 표심을 잡은 게 유효했다는 평가다.

김판 기자 pan@kmib.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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