北 경제 대전환 예고… 美 주도로 IMF 가입 추진되나




북·미 정상이 화해무드를 만들면서 북한 경제의 대전환을 예고하는 신호음이 높아지고 있다. 당장 대북 경제제재가 해제될 것이라는 기대감이 커진다. 특히 대북 제재의 ‘키맨’인 마이크 폼페이오 미국 국무장관의 행보가 분주하다. 북한의 국제통화기금(IMF) 가입을 지원하고 나설 거라는 구체적인 관측까지 나온다. 미국과의 관계 개선으로 날개를 달았던 ‘베트남식 경제 개방·개혁’ 모델이 북한에서도 성사될지가 최대 관건이다.

13일 중국 외교부에 따르면 폼페이오 장관은 왕이 외교담당 국무위원 겸 외교부장 초청으로 14일 방중한다. 이번 만남에서 대북 제재를 비롯한 북·미 정상회담 이후 후속 조치와 관련한 내용을 비중 있게 다룰 것으로 보인다. 대북 제재 즉각 완화를 원하는 중국과의 의견차를 어느 정도 좁힐지가 핵심이다.

폼페이오 장관이 지난달 31일 김영철 북한 노동당 부위원장 겸 통일전선부장과의 고위급회담 이후 시사했던 ‘북한 경제발전 지원방안’을 구체적으로 논의할 가능성도 있다. 가장 대표적인 카드가 IMF 가입 지원이다. 세계은행(WB)과 아시아개발은행(ADB), 아시아인프라투자은행(AIIB)의 자금 지원을 받으려면 국가 회계투명성을 담보해 주는 IMF 가입이 필수적이다. IMF에 대한 영향력이 크기 때문에 가입하느냐 못하느냐는 사실상 미국의 의중에 달렸다. 브래들리 뱁슨 전 WB 고문은 이날 미 자유아시아방송(RFA)과의 인터뷰에서 북한의 IMF 가입에 대해 “폼페이오 장관이 긍정적 신호를 보낼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북한이 IMF에 가입하면 과거 베트남보다 더 빠른 속도로 경제발전 시나리오를 그릴 수 있다. 베트남은 북한의 지향점과 비슷하다. 체제를 유지하면서도 개혁과 개방에 성공한 좋은 사례다. 다만 정상궤도에 오르기까지 10년 정도의 시간이 걸렸다. 1986년 ‘도이모이(쇄신) 정책’을 도입하고 외국자본을 유치하며 경제성장률이 급등했지만 사회간접자본(SOC) 확충은 더뎠다. 도로시설 부족 등은 지속적인 성장을 가로막는 걸림돌로 작용했다.

반전의 계기는 1995년 미국과의 국교 정상화로 찾아왔다. WB를 비롯한 국제금융기구의 공적개발원조(ODA)가 쏟아졌다. 현대경제연구원에 따르면 1997년부터 2002년까지 연평균 15억4870만 달러(약 1조7000억원)가 베트남으로 흘러들어갔다. 베트남 정부는 이 재원으로 에너지, 도로, 용수 등 9개 분야의 사회개발 프로젝트를 실행했다. 북한이 곧바로 국제금융기구 지원을 받는다면 베트남이 겪었던 과정을 한층 앞당길 수 있다.

그러나 북한의 개방 후 주도권을 놓고 각국이 치열하게 기 싸움을 벌일 것으로 보인다. WB와 국제부흥개발은행(IBRD)은 미국, ADB는 일본, AIIB는 중국의 영향력 아래에 있는 국제금융기구로 꼽힌다. 투자처가 어디냐에 따라 북한 경제의 ‘세력 지형도’가 달라질 수밖에 없다. 베트남도 유사한 상황을 겪었다. 일본 국제협력기구(JICA)가 호찌민 지하철 1호선 개발을 원조한 뒤 역세권 개발사업권을 확보했던 게 단적인 사례다.

한국은 ‘다국가 펀드’를 통한 투자를 원한다. 김동연 경제부총리는 지난 11일 니혼게이자이 신문에서 주최한 국제회의 기조강연에서 “한국 일본 중국 등 주변 국가와 국제사회가 ‘다국가 펀드’를 조성해 지원하는 게 가능할 것”이라고 말했다.

세종=신준섭 기자 sman321@kmib.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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