트럼프 ‘北 미래 동영상’ 보면 남북경협 틀이 보인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12일 북·미 정상회담에서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에게 보여준 동영상에는 철로 위로 오버랩된 북한 지도에 단출해 보이는 철로가 거미줄처럼 뻗어나가는 장면(왼쪽)이 나오고 전력케이블을 잇는 대형 송전탑(오른쪽)도 등장한다. 동영상 캡처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12일 북·미 정상회담에서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에게 태블릿PC로 보여줬다는 4분32초짜리 동영상에는 북한이 중국이나 싱가포르식 경제개발을 실현하기 위해 필요한 남북 경제협력 과제들이 고스란히 들어 있다.

트럼프 대통령은 이날 기자회견에서 “그 영상을 북한 측 8명이 함께 봤는데 굉장히 만족스러워했던 것 같다”며 “왜냐하면 (김 위원장이 원하는) 미래를 보여주는 것이기 때문”이라고 말했다.

이 영상은 특히 물류와 운송을 위한 철도 연결이나 공장 가동 등을 위한 전력 공급과 배송망 확충을 강조하고 있다. 이석기 산업연구원 선임연구위원은 13일 “제조업이 성장해야 북한 경제가 살 수 있다”면서 “제조업 성장에 필요한 철도·도로·전력 등 모두 부족한 상황이고 이는 국가 간 협력사업을 통해서만 가능하다”고 말했다.

유엔과 미국의 대북 경제제재 속에서도 실현 가능성이 높은 것은 철로 연결이다. 철도는 대북 경제제재에 포함돼 있지 않다는 게 이 연구위원의 설명이다. 남북 정상회담에서도 철도 연결이 거론됐다. 이달 초 남북 고위급회담에선 남측이 북측에 철도·도로 연결 등 경협과 관련한 실태조사 차원에서 남북 공동연구와 조사를 하자고 제안했다. 동영상 속 철로 위로 오버랩된 북한 지도에도 다소 단출해 보였던 철로가 거미줄처럼 뻗어나간다.

국토교통부는 이달 말 실무자회담에서 경의선과 동해북부선을 중심으로 철도 연결 등 연구조사 착수 여부를 검토할 예정이다. 도로도 손볼 곳이 많다. 2016년 북한의 고속도로는 774㎞로 남한(4438㎞)의 18%에 불과하다.

경제 전문가들은 북한에 도로보다 시급한 인프라가 생산 기반시설을 가동하는 데 필요한 전력 공급이라고 강조한다. 동영상에도 태양광 패널이 줄지어 서 있거나 전력케이블을 이은 대형 송전탑이 등장한다. 이어 남한만 밝고 북한은 어두컴컴했던 한반도 지도가 한꺼번에 밝아지면서 전력 공급의 협업 필요성을 강조한다.

현재 북한의 전력 공급은 수력이 50%를 차지한다. 43.2%를 차지하는 석탄은 갱도가 오래돼 생산량이 늘지 않고 있다. 북한이 눈여겨보고 있는 것은 태양광, 풍력 등 대체 에너지다. 우리나라도 지난해 탈원전·탈석탄을 선언하면서 대규모 태양광 발전단지, 해상풍력단지 등을 구축하고 있다. 전력을 만들어 공급하는 송배전 시설의 현대화도 필요한 과제다.

국토연구원은 2014년 ‘통일시대 한반도 개발협력 핵심프로젝트’로 실행 가능한 전력사업을 제시한 바 있다. 개성∼해주, 설악∼금강∼원산 프로젝트 일환 소형발전소 및 풍력·태양광발전소 건설, 동평양 화력발전소 현대화 및 태양광발전소 건설, 서두수 수력발전소 개보수 및 현대화, 부전강 발전소 현대화, 신포 화력발전소 건설, 수풍 수력발전소 현대화, 청진 화력발전소 현대화 등이다.

세종=서윤경 기자 y27k@kmib.co.kr


 
트위터 페이스북 구글플러스
입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