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미훈련 중단되면… 방위태세 당장은 문제없지만 ‘동맹 균열’ 우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선언한 한·미 연합 군사훈련 중단은 이제 기정사실로 받아들여지고 있다. 미 국방부는 트럼프 대통령이 제임스 매티스 국방장관과의 사전 협의를 거쳐 훈련 중단 의사를 밝힌 것이라고 설명했다. 트럼프 대통령의 발언이 현실화될 경우 1992년 팀스피릿 훈련 중단 이후 26년 만에 한·미 연합 군사훈련이 중단되는 것이다.

우선 트럼프 대통령은 북한의 체제안전 보장 요구에 부응하는 차원에서 한·미 연합 군사훈련 중단 카드를 꺼낸 것으로 보인다. 트럼프 대통령이 북한과의 협상 중 ‘워게임(war game)’을 중단할 것이라고 한 만큼 오는 8월 을지프리덤가디언(UFG) 연습이 중단될 가능성이 커졌다. 워게임은 통상 UFG나 키리졸브(KR)연습처럼 실제 전력 투입이나 기동 없이 북한의 도발 상황을 가정한 컴퓨터 시뮬레이션 위주의 지휘소훈련(CPX)을 가리키는 말이다.

군 당국은 일시적으로 훈련이 중단되더라도 방위태세에는 별다른 영향을 미치지 않을 것으로 보고 있다. 또한 북한의 비핵화 조치가 신속히 진행되지 않을 경우 훈련을 재개할 수 있다. 한·미 연합 군사훈련은 과거 북한의 도발 수위에 맞춰 강도를 높이거나 낮춘 전례도 있다. 역대 최대 규모의 한·미 연합 군사훈련은 북한의 미사일 도발이 지속됐던 지난해 실시됐다.

군 관계자는 13일 “트럼프 대통령이 북·미 간 상호 신뢰 구축 차원에서 훈련 중단 카드를 내놓은 것 같다”며 “훈련을 일시 중단하더라도 한반도 안보 상황은 흔들리지 않을 것”이라고 말했다. 권용수 전 국방대 교수는 “북한이 미사일 엔진 시험장을 폐쇄키로 한 것은 탄도미사일을 더 이상 업그레이드하지 않겠다는, 상당히 중요한 의미가 있다”며 “미국으로서도 무언가 반대급부를 제공해야 했을 것”이라고 말했다.

다만 트럼프 대통령이 한·미 연합 군사훈련 중단을 선언하기 전에 한·미 군 당국이 사전 논의를 진행하지는 않은 것으로 전해졌다. 또한 트럼프 대통령이 구체적으로 어떤 조건에서 훈련 중단 상황을 지속할지도 불분명하다. 시뮬레이션 위주 훈련이 아닌 비질런트 에이스, 맥스 선더 훈련과 같이 미 전략폭격기나 스텔스 전투기 등이 투입되는 한·미 연합 공중훈련까지 중단 대상에 포함될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 트럼프 대통령이 훈련 중단뿐 아니라 막대한 전략자산 전개 비용을 함께 거론했기 때문이다. 그만큼 한반도 안보 환경의 불확실성이 높아졌다는 분석도 나온다.

트럼프 대통령 발언 이전만 해도 군 내부에서는 한·미 연합 군사훈련의 전격 중단보다는 ‘로 키’(low key·저강도)로 훈련을 진행할 가능성이 높다는 전망이 우세했었다. 일각에서는 북한에 제시할 수 있는 ‘결정적 카드’를 성급하게 꺼낸 것 아니냐는 우려도 제기된다. 또 트럼프 대통령이 북한의 전략에 말려 한·미동맹의 근간인 강력한 연합 방위태세에 균열을 낼 수 있는 결정을 했다는 주장도 있다.

전성훈 아산정책연구원 연구원은 “팀스피릿 훈련도 북한과의 협상 과정에서 일시 중단됐다가 결국 팀스피릿이라는 이름의 훈련 자체가 사라지게 됐다”며 “확실한 비핵화 프로세스를 약속받지 못한 상태에서 북한의 요구를 성급하게 들어준 측면이 있다”고 지적했다. 팀스피릿 훈련은 1976년 시작된 후 북한과의 비핵화 협상이 진행되던 1992년 중단됐다. 북한이 핵 사찰에 비협조적인 태도를 보여 1993년 재개됐다가 1994년 ‘연합전시증원연습(RSOI)’이라는 이름으로 실시됐으며 2002년 독수리훈련(FE)과 통합됐다.

김경택 기자 ptyx@kmib.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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