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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과 길] 청년 실업·세대 갈등·존엄사… 고령화 시대의 자화상



백수인 손자가 노쇠한 할아버지를 돌보면서 겪는 심리적 갈등을 그린 일본 소설. ‘왜 자꾸 죽고 싶다고 하세요, 할아버지’는 어느 평범한 가정을 무대로 청년 실업, 세대 갈등, 존엄사 등 고령화 시대의 사회 문제를 다룬다. 자칫 무겁게 느껴질 수 있는 이야기이지만 상당히 위트 있게 접근한다.

주인공 겐토는 스물여덟 살. ‘삼류대학’을 나와 자동차 영업사원으로 5년간 일했다. 현재는 공무원 시험을 준비하면서 이런저런 회사 면접장에도 나가고 있다. 쉽게 말하자면 실업자다. 할아버지는 87세. 틈만 나면 “이제 죽어야지”라고 하면서 방에 누워 지낸다. 겐토의 어머니이자 할아버지의 딸인 엄마는 60세. 유일하게 돈을 버는 실질적 가장이다.

엄마가 출근하고 나면 겐토는 할아버지와 단둘이 남는다. 같이 산 지 3년이 다 되어가지만 겐토는 할아버지의 무기력한 일상이 잘 이해되지 않는다. 할아버지는 “너한테도 그렇고, 네 엄마한테도 그렇고 이렇게 고생만 시켜서…. 참말로 한심하기 짝이 없다, 내가. 이제 차라리 죽는 게 나을 거 같아”라고 한다.

어느 날 문득 겐토는 죽고 싶다는 할아버지의 말이 진심일지도 모른다는 생각을 한다. 할아버지의 바람대로 빨리 돌아가시도록 도와드리기로 결심하고 간병 일을 하는 친구에게 조언을 듣는다. 친구는 과도하게 간병해 할아버지의 움직임을 막으면 신체 기능이 저절로 쇠약해지면서 죽음에 이른다고 말한다.

겐토는 그렇게 할아버지의 온갖 활동을 ‘방해’하는 과도한 간병을 시작한다. 그런데 어느 날 이상한 광경을 목격한다. 겐토가 잠시 자리를 비운 사이 할아버지는 더 맛있는 밥을 먹기 위해 직접 채소를 다듬어 요리를 한다. 젊은 여성 간병인의 몸을 더듬으며 ‘욕망’을 증명하기도 한다.

겐토는 나날이 허약해지는 할아버지의 모습을 반면교사 삼아 열심히 체력단련을 하고 성실하게 공부해 재취업에 성공한다. 새로운 직장이 있는 도시로 가는 동안 겐토는 “헤어날 수 없는 괴로운 상황 속에서도 사람은 어떻게든 싸워나갈 수밖에 없다”는 점을 할아버지가 가르쳐줬다는 것을 어렴풋이 깨닫는다.

소설은 고령화 사회의 ‘초상화’로 느껴진다. 비슷한 사회 문제를 가진 우리에게도 시사하는 바가 크다. 원제는 ‘스크랩 앤드 빌드(SCRAP AND BUILD)’. 낙후 설비를 폐기하고 최신 시설을 갖춘다는 뜻이다. 일본 청춘 소설의 선두주자인 하다 게이스케(33)는 이 작품으로 아쿠타가와상을 수상했다.

강주화 기자 rula@kmib.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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