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별별 과학] 회전운동과 라파엘 나달

프랑스오픈의 라파엘 나달


지난 일요일 라파엘 나달이 프랑스오픈을 11번째 제패했다. 테니스 역사상 경이로운 기록이다. 클레이코트 통산 415승 36패로 우승을 57번이나 했으니 타의 추종을 불허하는 압도적인 기량이다. 클레이 코트에 유독 강해서 ‘흙신’이라 불린다. 나달은 탁월한 정신력, 지칠 줄 모르는 체력, 빠른 발, 강력한 포핸드 샷 등 여러 장점이 있지만 그중 가장 빠른 공의 회전을 구사하는 능력이 출중하다. 테니스 경기장은 바닥 재질에 따라 하드 코트나 잔디 코트, 클레이 코트 등으로 나뉘는데, 공의 움직임과 속도는 바닥 재질에 따라 달라진다. 빨리 회전하는 공은 특히 마찰력이 큰 클레이 코트에서 위력을 발휘한다.

같은 속도라도 회전하는 공은 회전하지 않는 공보다 더 강력하다. 회전에 따른 에너지, 즉 회전 에너지가 존재하기 때문이다. 나달의 드라이브 샷은 분당 최고 4900번 회전한다. 다른 선수들에 비해 2배 정도 빠른 회전수다. 물리학적 기초에 의하면 회전 에너지는 회전수의 제곱에 비례해서 커진다. 회전수가 2배이면 회전 에너지는 4배로 증가해 공의 위력은 그만큼 더 커진다.

이렇게 훨씬 강력해진 공이 코트 바닥에 닿는 순간 마찰력은 공의 회전운동을 감소시키면서 공의 속도를 급격히 변화시킨다. 예를 들어 진행 방향으로 감기는 드라이버 샷의 경우 마찰력에 의해 감소하는 회전만큼 속도는 더 빨라지고 공은 땅으로부터 더 높게 튀어오른다. 마찰력에 의해 회전 에너지가 운동 에너지로 변환되기 때문이다. 특히 클레이 코트에서는 다른 하드 코트나 잔디 코트보다 마찰력 효과가 훨씬 크다. 코트가 더 물러서 공과의 접촉 시간이 더 길고 마찰력이 더 오래 작용하기 때문이다. 따라서 튀어오르는 공의 속도는 더 빨라지고, 높이는 더 높아져 공의 위력은 강력해진다. 이것이 바로 회전이 강한 나달의 공이 클레이 코트에서 더욱 위력적이고, 더불어 그가 통산 11번째 프랑스오픈의 우승자가 된 비밀의 열쇠다.

이남영 칼럼니스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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