美 “모호한 약속 되풀이” 中 “새로운 역사” 日 “한 걸음”… 각국 반응

북·미 정상회담의 양측 수행원들이 12일 오전 싱가포르 센토사섬 카펠라 호텔 로비에서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과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의 단독 정상회담 모두발언을 TV로 지켜보고 있다. 왼쪽부터 존 볼턴 미 백악관 국가안보보좌관, 존 켈리 백악관 비서실장, 최선희 북한 외무성 부상, 이수용 노동당 부위원장 겸 국제부장, 노광철 인민무력상, 김영철 당 부위원장 겸 통일전선부장, 마이크 폼페이오 미 국무장관. 세라 샌더스 백악관 대변인 트위터


◑ 미국 내 분석·평가

미국 언론들은 12일 북·미 정상회담이 원만히 개최된 것을 평가하면서도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과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이 함께 서명한 공동성명의 내용에 대해서는 우려 섞인 분석을 내놨다. 미국 정부가 북한에 줄곧 요구해 왔던 ‘완전하고 검증 가능하며 돌이킬 수 없는 핵 폐기(CVID)’가 포함되지 않았다는 이유에서다.

AFP통신은 “두 정상이 ‘한반도 비핵화’를 선언했고, 북한 체제의 ‘안전 보장’을 약속했다”면서도 “CVID 표현은 없었다. 더 모호한 약속을 되풀이했을 뿐”이라고 지적했다. CNN방송 역시 “김 위원장의 서명식 발언은 지난 4월 한국에서의 판문점 선언 당시와 크게 다르지 않다”며 디테일 부재를 언급했다.

애덤 마운트 미국과학자연맹(FAS) 선임연구원은 CNN에 “한반도 비핵화에 대한 언어는 놀랄 만큼 약하다. 솔직히 이것보다는 더 강한 합의가 나올 것으로 기대했다”고 평가했다.

워싱턴포스트(WP)는 “양측의 확고한 의지는 확인했다지만 이 문서는 구체적 내용이나 시한이 없는 개요(outline)”라며 “이행을 위해 몇 년이 걸릴 수도, 걸림돌을 마주할 수도 있다”고 전망했다. 뉴욕타임스(NYT)도 “과감한 변화를 약속하긴 했지만 세부사항이 부족하다”고 지적했다.

마이클 코브릭 국제위기그룹 수석고문은 CNBC 인터뷰에서 “가장 큰 위험은 보기에만 그럴듯한 정치적 합의에 그치는 것”이라며 “세부 사항 합의에는 6개월에서 1년 정도가 아니라 5년은 걸릴 것이기에 분명한 단계적 프로세스가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주요 언론들은 회담 진행 내내 “회담은 환상적이었다. 김 위원장과 함께하게 돼 영광이다”(트럼프 대통령), “세계는 아마 중대한 변화를 보게 될 것이다”(김정은) 등 두 정상의 발언을 속보로 띄우며 집중 조명했다. 회담 주요 장면을 반복해서 내보내기도 했다.

CNN은 ‘과거를 뒤로하고’ ‘역사적 악수’ 등의 제목 아래 “월요일 밤, 역사가 만들어졌다. 미국 대통령이 북한 지도자와 만났다”며 북·미 정상이 반세기 넘는 구원(舊怨)을 풀고 함께 자리한 것 자체에 의미를 부여했다. NYT 역시 두 정상의 악수 장면을 전하면서 “양국 관계에 새 장을 연, 믿을 수 없는 관계 회복의 중요한 단계”라고 강조했다.

CNN 에디터 크리스 실리자는 “김 위원장은 그 자리에 있는 것만으로 더없이 행복해 보였고, 트럼프 대통령은 (과도한 쇼맨십 등) 트럼프스러움을 억제했다(Trump-ness)”며 “두 사람 모두 이번 회담이 성공적이길 정말로 원했다”고 분석했다. WP는 “세계에서 가장 부유하고 강력한 국가 지도자와 가장 고립되고 억압적인 지도자 사이의 전례 없는 인사말을 보면 이들 두 사람이 불과 몇 달 전 험한 위협과 모욕을 교환한 사이라고는 상상할 수 없을 것”이라고 평가했다.

정건희 기자 moderato@kmib.co.kr

◑ 중국 내 분석·평가

중국은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과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의 북·미 정상회담에 대해 ‘새로운 역사를 창조했다’고 평가하며 대북제재 해제까지 거론하고 나섰다.

왕이 중국 외교 담당 국무위원 겸 외교부장은 12일 베이징에서 림 족 호이 동남아국가연합(아세안) 사무총장과 만난 자리에서 “북·미 간 대립과 적대 관계가 반세기를 넘었다”며 “북·미 정상이 마주 앉아 평등한 대화를 한 것 자체가 새로운 역사를 창조하고 있는 것”이라고 평가했다. 왕 위원은 “중국은 한반도 비핵화 실현과 평화체제 구축을 위해 앞으로도 건설적인 역할을 계속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중국은 북·미 정상회담에서 합의가 도출됨에 따라 한반도 평화체제 구축 논의에서 적극적인 역할을 모색할 전망이다. 북·미 정상은 완전한 비핵화와 평화체제 구축, 북한의 안전보장에 합의했고, 트럼프 대통령은 기자회견에서 한·미 연합훈련 중단 의사와 함께 주한미군도 미래에 감축하길 원한다는 뜻을 밝혔다. 이는 중국이 북핵 해법으로 강조해온 쌍중단(북한의 핵·미사일 개발활동과 한·미 연합훈련 동시중단)과 쌍궤병행(한반도 비핵화 프로세스와 북·미 평화협정체제 협상 병행 추진)이 현실화되는 것으로 해석될 수 있다. 겅솽 중국 외교부 대변인은 정례브리핑에서 “현재 한반도 문제 해결 프로세스는 중국이 제기한 쌍궤병행 사고에 따라 나아가고 있다”고 주장했다.

다만 북·미 정상이 적대관계 극복과 새로운 미·북 관계 수립을 약속한 점은 중국 입장에선 다소 부담스러운 대목이다. 트럼프 대통령은 기자회견에서도 “적국(북한)은 동맹국이 될 수 있고 친구가 될 수 있다”고 말했다. 이는 북한이 중국 영향력에서 벗어나 미국에 쏠리는 상황을 의미한다.

따라서 중국은 각종 인적·물적 교류 활성화로 북한을 자국의 영향력 아래에 두기 위해 벌써부터 애쓰는 분위기다. 겅 대변인은 이날 북한이 유엔 안전보장이사회 결의를 이행하거나 준수할 경우 대북 제재를 중단하거나 해제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시진핑(習近平) 중국 국가주석은 지난달 초 다롄에서 만난 김 위원장에게 “비핵화 합의 시 북한에 단계적 경제 지원을 할 수 있다”는 입장을 전했다는 보도도 있었다.

베이징 소식통은 “중국은 북한의 비핵화를 바라지만 북한이 미국과 너무 가까워지는 것은 경계한다”며 “중국은 대북 제재 이전에 북한과 추진했던 경제 프로젝트를 조속히 복원하려할 것”이라고 말했다.

베이징=노석철 특파원 schroh@kmib.co.kr

◑ 일본 내 분석·평가

아베 신조(安倍晋三) 일본 총리는 12일 북·미 정상회담에 대해 “북한을 둘러싼 현안의 포괄적 해결을 위한 한 걸음으로 지지한다”고 밝혔다.

아베 총리는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과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이 채택한 공동성명에 대해 “한반도의 완전한 비핵화를 향한 김 위원장의 뜻을 다시 문서 형태로 확인한 것”이라며 이 같이 말했다.

아베 총리는 트럼프 대통령이 회담에서 북한의 일본인 납치 문제를 언급한 것도 높이 평가하며 사의를 표했다. 그러면서 “납치 문제는 두 나라 간 문제로 북·일 협상을 해야 한다. 앞으로 이 문제에 전력을 다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일본 주요 언론은 회담 결과를 전하면서 두 정상의 합의에 구체성이 부족하다고 지적했다. NHK방송은 과거 6자회담 때의 합의(2006년 9·19 공동성명)에 비해 구체적이지 못하다고 보도했다. 9·19 공동성명에는 북한의 모든 핵무기와 핵 프로그램 포기, 조속한 핵확산금지조약(NPT) 복귀, 국제원자력기구(IAEA)의 사찰 수용 등 구체적인 조치가 명기됐었다.

요미우리신문도 “미국이 북한 측에 요구해온 ‘완전하고 검증 가능하며 불가역적인 비핵화(CVID)’는 공동성명에 명기되지 않았고, 비핵화 시기와 구체적 방법은 향후 협상에 맡겨졌다”고 지적했다.

일본의 납북 피해자 가족들은 “미국 측이 ‘납북자를 즉각 돌려보내라’고 북한 측에 강력히 요구했으면 더 좋았겠지만 회담에서 납치 문제가 다시 부각된 것은 환영한다”며 일본 정부가 이 문제 해결을 위해 북·일 정상회담을 조속히 개최할 것을 촉구했다.

천지우 기자 mogul@kmib.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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