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미 정상회담에 쏠린 세계의 눈… 中 역할론 모색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과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 간 세기의 담판을 앞두고 세계의 눈은 싱가포르에 집중됐다. 특히 한반도와 가장 가까운 중국은 촉각을 곤두세우고 상황을 예의주시하며 역할을 모색하고 있다. 한반도 비핵화 논의 과정에서 철저히 배제된 일본은 뒤늦게 ‘끼어들기’를 위해 안간힘을 쓰는 분위기다.

겅솽 중국 외교부 대변인은 11일 정례브리핑에서 “이번 회담이 한반도 비핵화 및 정치적 해결 프로세스에 도움이 되길 바란다”며 “중국은 한반도 이웃이자 중요 당사국으로서 한반도 비핵화 실현과 영구적 안정을 계속 추진하길 원한다”고 말했다. 그는 전날 김 위원장의 중국 항공기 이용과 관련해 “북한이 요청해 중국 민간항공사가 북한 대표단의 싱가포르행을 위해 유관 서비스를 제공했다”고 밝혔다.

중국 매체는 김 위원장의 싱가포르행을 한껏 치켜세우면서 ‘중국 역할론’도 부각시켰다. 관영 환구시보는 11일 관우가 칼 한 자루만 들고 위험한 자리에 간다는 의미의 고사성어 ‘단도부회(單刀赴會)’를 인용하며 싱가포르에 간 김 위원장이 용기와 자신감을 보여줬다고 강조했다.

환구시보는 “싱가포르 회담은 판문점 회담보다 더 많은 용기와 의지가 필요했을 것”이라며 “정치적 난제를 해결하려는 북한 지도자의 의지를 보여줬다”고 극찬했다.

뤼차오 랴오닝성 사회과학원 연구원은 관영 글로벌타임스 기고에서 1953년 정전협정 체결 때 북한과 중국, 미군 주도의 유엔군사령부가 서명한 점을 거론하며 한반도 평화협정 체결 시 중국의 서명이 빠져서는 안 된다고 주장했다.

뉴욕타임스(NYT)는 북한이 중국의 영향력에서 벗어나려고 북·미 회담을 통해 그동안 적대국이었던 미국을 포용하려 하자 중국이 불안해한다는 분석을 내놓기도 했다.

NYT는 전문가의 말을 인용해 “역사적으로 북한은 중국에 대해 불신하고 복수심을 갖고 있다”며 “최악의 경우 미국과 남북한이 뭉치고 중국이 나가떨어질 수도 있다”고 지적했다. 중국 입장에서는 미국 군대가 중국의 문턱에 가까워지면서 북한의 오랜 ‘완충지대’ 역할도 사라져 불편해진다는 것이다. 다만 북한은 지나치게 미국에 쏠리지는 않고 미·중 강대국 사이에서 독립성을 유지하려 할 것이라고 분석했다. 신문은 또 시진핑(習近平) 중국 국가주석이 이달 안으로 평양을 방문할 가능성이 있다고 전했다.

북한의 핵·미사일 도발에 극도로 민감한 당사국이지만 최근 한반도 비핵화 논의에서 배제된 일본은 회담 진행 상황에 촉각을 곤두세웠다. 일본의 야치 쇼타로 국가안보국장과 가나스기 겐지 외무성 아시아대양주국장은 10일 밤 싱가포르에 도착해 북·미 회담 관련 정보 수집에 착수했다. 일본은 일본인 납치 문제와 북한의 중·단거리 미사일 문제를 북·미 대화 테이블에 올려놓으려 하지만 ‘재팬 패싱’(일본 배제) 분위기 탓에 애를 먹고 있다.

영국 BBC방송을 비롯해 전 세계 주요 매체들도 북·미 협상이 어떤 결과를 도출할지에 촉각을 세우며 회담 전날의 싱가포르 현지 상황을 실시간으로 전달했다.

베이징=노석철 특파원 schroh@kmib.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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