HOME  >  시사  >  월드

트럼프 ‘G7 판깨기’는 담판 앞두고 ‘강한 모습 보이기’ 의도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가운데)이 11일 싱가포르 이스타나궁에서 리셴룽 싱가포르 총리로부터 72세 생일을 축하하는 케이크를 받은 뒤 흐뭇한 표정을 짓고 있다. 생일은 원래 14일이지만 싱가포르 측에서 앞당겨 축하해준 것이다. 왼쪽은 마이크 폼페이오 국무장관, 오른쪽은 존 켈리 백악관 비서실장. AP뉴시스


‘결전의 날’을 맞은 양국 정상은 협상에 어떤 전략으로 임할까. 12일 싱가포르에서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을 상대할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의 머릿속을 두고 해석이 분분하다. 월스트리트저널(WSJ)은 트럼프 대통령이 취임 뒤 약 16개월 동안 겪은 주요 외교사건을 되짚으며 그 협상 패턴을 10일(현지시간) 분석했다.

먼저 꼽히는 사건은 지난달 8일 벌인 이란 핵협정 파기다. 성난 표정의 트럼프 대통령이 백악관 지하의 작은 목재 의자에 홀로 앉아 협정 연장 거부 지시에 서명하는 모습은 클로즈업된 화면으로 전 세계에 중계됐다. 한 백악관 참모는 이 같은 연출이 트럼프 대통령이 리얼리티 TV쇼에서 배워 직접 지시한 것이라고 설명했다. TV쇼에서처럼 자신이 잘못된 과거를 고쳐낼 유일한 해결사라는 점을 부각시키기 위해 만든 장면이다.

상대방을 윽박지르다가도 협상할 여지를 남겨놓으며 극과 극을 오가는 것도 종종 쓰는 전략이다. 지난해 김 위원장과 ‘로켓맨’ ‘늙다리 미치광이’ 등의 설전을 주고받으면서도 슬그머니 당시 중앙정보국(CIA) 국장이던 마이크 폼페이오 국무장관을 북한에 보낼 준비를 시켰다.

때로 진위를 알 수 없는 마감시한을 설정해 압력을 가하기도 했다. 교역상대국들에게 철강 25%, 알루미늄 10%의 고관세 부과를 발표하고 한 달간 유예기간을 준 게 일례다. 미국의 압박에 한국과 브라질 아르헨티나 호주는 울며 겨자 먹기로 수출할당제 협정을 맺었다. 기한이 지나자 설마 하던 나머지 국가들에는 예고된 대로 ‘관세 폭탄’이 떨어졌다.

뻔한 후폭풍에도 아랑곳 않고 판을 뒤흔들어버리기도 한다. 주이스라엘 대사관을 예루살렘으로 옮겨버린 당시에도 마찬가지였다. 트럼프 대통령은 대사관 이전으로 초래될 수 있는 결과를 참모들에게 물은 뒤 렉스 틸러슨 당시 국무장관 등의 만류를 뿌리치고 이를 시행한 것으로 알려졌다. 틸러슨 장관은 얼마 지나지 않아 자리를 내놔야 했다.

개인적인 친분으로 외교문제를 해결하려는 듯한 태도도 자주 보인다. 한창 사이가 껄끄럽던 에마뉘엘 마크롱 프랑스 대통령과 직접 만나 벌인 ‘스킨십 외교’를 비롯해 시진핑(習近平) 중국 국가주석과 회담할 때도 갑작스레 따로 대화할 기회를 요청하는 등 공식협상보다는 개인 간의 친분에 기대려는 모습을 보였다. 외교 전문가들은 이 같은 모습이 개인 사업에나 유효한 태도일 뿐 외교무대에선 부작용을 낳을 수밖에 없다고 지적하고 있다.

‘최대한의 압박’ 역시 트럼프 대통령의 외교전략을 상징하는 표현이다. 중국이 미국의 관세폭탄에 500억 달러 규모의 보복관세 계획을 밝히자 트럼프 대통령은 1000억 달러의 재보복 관세를 매기겠다 위협했다. 북한이 미사일 시험발사를 반복하자 ‘화염과 분노’ 운운하며 전쟁도 불사하겠다는 듯한 태도를 취한 것도 같은 맥락이다.

측근들은 최근 주요 7개국(G7) 회의에서 트럼프 대통령이 캐나다를 비롯한 주요 동맹국들과 척을 진 것도 의도한 전략이라 주장한다. 래리 쿠드로 백악관 국가경제위원회(NEC) 위원장은 CNN방송에 출연해 “트럼프 대통령은 북한과 협상하러 가기 전 그 어떤 연약한 모습도 보여주지 않을 것”이라고 말했다. 김 위원장과 협상 테이블에 앉기 전부터 상대에게 굽히는 태도를 보이지 않으려 했다는 해석이다.

조효석 기자 promene@kmib.co.kr




트위터 페이스북 구글플러스
입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