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정은·트럼프 싱가포르 도착… 담판만 남았다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왼쪽)이 10일 오후 싱가포르 창이 국제공항에 도착한 뒤 비비안 발라크리쉬난 싱가포르 외무장관과 악수하고 있다. 김 위원장이 2012년 집권 이후 판문점과 중국을 제외하고 해외를 방문한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김 위원장은 전용기 '참매 1호' 대신 중국 정부가 빌려준 CA61편을 타고 왔다. 보잉 747 기종으로 시진핑 국가주석 등이 이용해온 중국 고위급 전용기다. 


한반도의 운명을 가를 세기적인 담판을 이틀 앞둔 10일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과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이 나란히 싱가포르에 도착했다.

트럼프 대통령을 태운 전용기 에어포스원은 현지시간 이날 오후 8시35분(한국시간 오후 9시35분)쯤 싱가포르 파야레바 공군기지에 도착했다. 트럼프 대통령은 공항에서 싱가포르 정부로부터 환영인사를 받은 뒤 곧바로 숙소인 샹그릴라 호텔로 이동해 여장을 풀었다. 정상회담은 12일 오전 9시 시작되는데 무려 36시간 전에 회담이 열리는 도시에 도착한 것이다. 캐나다에서 열린 주요 7개국(G7) 정상회의 일정을 단축하고 곧바로 싱가포르로 이동할 만큼 회담 준비에 열을 올리고 있다.

트럼프 대통령은 캐나다에서 기자들을 만나 “수백만명의 염원을 담은 평화의 임무(mission of peace)를 띠고 싱가포르로 간다”며 “북·미 정상회담은 항구적 평화와 번영을 위한 대단한 기회”라고 강조했다.

트럼프 대통령은 “김 위원장은 자기 자신과 가족, 북한 주민들을 위해 아주 긍정적인 뭔가를 하려고 한다고 믿는다”며 “김 위원장에게 이건 단 한 번밖에 없는 기회(one-time-shot)이며, 이런 기회는 다시는 오지 않을 것”이라고 말했다.

그는 또 “김 위원장이 비핵화 협상에 진지한지는 만나 1분만 대화를 하면 알 수 있다”며 “좋은 일이 벌어질지 어떨지는 금방 알 수 있으며, 긍정적인 일이 일어나지 않을 것이라고 생각되면 내 시간을 낭비하지 않을 것”이라고 말했다.

이와 관련, 블룸버그 통신은 미국 정부 관계자를 인용해 트럼프 대통령이 김 위원장과 먼저 일대일 회동을 하기를 원하고 있다고 보도했다. 트럼프 대통령이 배석자 없이 김 위원장을 만나 비핵화 의지가 분명한지를 판단하고, 협상의 틀을 짜겠다는 것이다. 이에 따라 회담 성공 여부는 아주 이른 시간 내 판가름날 것으로 예상된다. 두 정상이 단독회담을 하고 난 뒤 양측 참모들을 배석시킨 가운데 확대정상회의를 열면 회담은 순항할 것으로 보이지만 최악의 경우 단독회담으로 북·미 정상회담 일정이 끝날 수도 있다. 확대회담이 열리면 미국 측에서는 마이크 폼페이오 국무장관과 존 볼턴 백악관 국가안보보좌관 등이 참석하고, 북한 측에서는 김영철 노동당 부위원장 겸 통일전선부장과 김 위원장의 여동생 김여정 노동당 제1부부장이 배석할 것으로 보인다.

또 다른 미국 정부 관계자는 회담이 잘 되면 12일 오후 늦은 시각에 공동성명이 나올 것으로 보이지만 현재로서는 회담이 12일 이후까지 이어질 가능성은 낮다고 말했다고 통신은 전했다.

앞서 김 위원장은 이날 오후 2시36분(한국시간 오후 3시36분)쯤 에어차이나 747 항공기편으로 싱가포르 창이 국제공항에 도착했다.

방탄 설비를 갖춘 벤츠 차량에 올라탄 김 위원장은 앞뒤로 경호차량 행렬이 에워싼 가운데 싱가포르 시내를 질주한 뒤 숙소인 세인트 리지스 호텔로 이동했다. 김 위원장은 이날 리셴룽 싱가포르 총리와 만찬을 갖는 것으로 싱가포르 일정을 시작했다.

그동안 판문점에서 비핵화 협상을 벌였던 성 김 주필리핀 미국대사와 최선희 북한 국무성 부상은 이날 싱가포르 시내 모처에서 다시 만나 정상회담 합의문에 포함될 비핵화 이행 방안과 체제 보장, 종전선언 등의 문구를 조율한 것으로 알려졌다.

싱가포르=전석운 특파원 swchun@kmib.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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