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美 대사관 돌진 고위 공무원 ‘정신질환 우발적 범행’ 석방



경찰서 “미국 망명” 횡설수설… 두 차례 과대망상증 치료
공무원법엔 결격 조항 없어… 여가부, 직위해제 후 징계


주한 미국대사관에 자동차를 몰고 돌진한 여성가족부 공무원이 “제 정신이 아니었고, 귀신에 씌었었다”고 경찰에 진술한 것으로 확인됐다.

서울 종로경찰서는 전날 종로구 주한 미국대사관 정문을 그랜저 승용차로 들이받은 혐의(특수재물손괴)로 현장에서 검거된 여가부 서기관 윤모(47)씨가 이같이 진술했다고 8일 밝혔다. 경찰에 따르면 윤씨는 조사에서 “당시 미국대사관 정문을 들이받고 들어가 망명을 신청하면 미국에 들어갈 수 있겠다는 망상이 생겼다”며 “과거에도 두 차례 정신질환으로 치료받은 적이 있다”고 진술했다.

경찰은 “정신질환에 의한 우발적 범행으로 확인된다”며 사고 12시간 만에 윤씨를 석방하고 불구속 상태에서 수사를 진행하기로 했다. 윤씨는 입원치료를 받을 것으로 알려졌다.

윤씨는 부처 내에서도 유능한 직원으로 알려져 있었다고 한다. 2015년에는 성과를 인정받아 대통령상을 받기도 했다. 여가부의 한 관계자는 “평소 업무에 굉장히 의욕적이고 추진력이 대단했다. 모든 회의를 다 챙길 정도였다”며 “정신적으로 문제가 있다고 생각한 적은 한 번도 없었고 병력이 있는 줄도 몰랐다”고 했다.

윤씨는 지난해 8월 해외연수 후보자로 선정돼 올해 하반기 미국으로 떠날 예정이었다. 경찰은 “윤씨가 연수를 위해 영어 공부를 다시 시작했는데 그때부터 과거에 앓았던 정신병 증상이 재발했고, 지난 2일 토플 시험을 보던 중에는 두통으로 시험을 포기하고 나왔다고 말했다”며 “지난 사흘간 거의 잠을 자지 못해 증상이 심해졌다고 한다”고 전했다. 사고 당시 윤씨는 “헬프 미”“미국에 가고 싶다”며 횡설수설했다.

여가부는 윤씨를 우선 직위해제하고 관련 국가공무원법에 따라 징계를 검토할 예정이다. 공무원법에는 정신질환을 공무원 결격사유로 보거나 퇴직시키는 조항이 없다. 교통사고 등으로 물의를 일으킨 점은 문제가 될 것으로 보인다.

운전면허도 본인이 질환을 신고하지 않으면 유지할 수 있다. 운전면허 적성검사 때도 본인이 병력을 직접 기재하지 않으면 도로교통공단은 알 수 없다.

허경구 기자 nine@kmib.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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