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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요하지 아니한다’ 등 일본식 민법 표현 우리말로 바꾼다



국민의 일상생활에 직접 적용되는 민법을 쉬운 우리말로 대폭 개정하는 작업이 추진된다. 그동안 우리 민법전에는 일본식 표현이나 난해한 한자어가 많아 ‘서기 6세기에 발간된 로마법대전과 함께 역사상 가장 난해한 법전’이라는 평가를 받아왔다. 1958년 2월 민법 제정 당시 전체 조문 1118개 중 약 60%를 일본 민법전의 조문을 직역해 만든 뒤로 우리말 순화 작업을 거치지 않은 결과였다.

법무부는 8일 서울 서초구 엘타워에서 ‘알기 쉬운 민법’ 개정을 위한 공청회를 열어 법조계, 학계 등의 의견을 수렴했다. 오는 8월 민법 개정안을 국회에 제출할 예정이다.

이번 개정안의 골자는 민법 전체를 원칙적으로 한글로 표기하고 일본식 표현이나 한자어, 어법에 맞지 않는 문장 등을 보다 쉽게 이해할 수 있도록 바꾸는 데 중점을 뒀다고 법무부는 설명했다.

민법 조문에 있는 대표적 일본식 표현으로는 ‘가주소’(임시주소) ‘기타’(그 밖에) ‘궁박’(곤궁하고 절박한 사정) ‘요하지 아니한다’(필요가 없다) ‘제각’(제거) 등이 포함됐다. 어려운 한자어 표현으로는 ‘해태한’(게을리 한) ‘최고’(촉구) ‘폐색된’(막힌) ‘몽리자’(이용자) ‘상린자’(서로 이웃하는 사람들) ‘위기’(소유권 양도의 의사표시) 등이 꼽혔다.

이외에도 ‘자(子)는 부의 성과 본을 따른다’(민법 781조)와 같은 표현은 양성평등 기조에 맞춰 자를 자녀로 고치고, ‘친생자’로만 표기된 부분도 ‘친생자녀’로 대체하게 된다. ‘원상’(원래 상태) ‘출재채무자’(재산을 출연한 채무자)처럼 지나치게 축약된 용어, ‘상당(相當)한’과 같이 의미가 지나치게 넓거나 요역지(편익을 받는 토지) 승역지(편익을 제공하는 토지)처럼 생소한 법률용어도 개정 대상이다.

앞서 한국갤럽이 2015년 11월 발표한 여론조사 결과에 따르면 실제로 국민 84%는 민법을 이해하기가 어렵다고 답했다. 어렵게 느낀 이유는 어려운 용어(65.3%), 어법에 맞지 않는 표현(17.6%), 한자어가 많다(14.6%) 등의 순으로 나타났다.

법무부는 2015년 19대 국회에도 민법 개정안을 제출했지만 국회 임기 만료로 폐지됐다. 법무부는 지난 한 해 동안 민법 교수, 판사, 변호사, 법제처 관계자 등 8명의 전문가들로 된 ‘알기 쉬운 민법 개정 태스크포스(TF)’를 꾸려 민법 조문 1118개 전체를 검토했으며, 1106개 조문을 정비한 개정안을 마련했다.

구자창 기자 critic@kmib.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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