트럼프 ‘종전선언·수교’ 카드로 北 체제보장 불안 달래기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오른쪽)과 아베 신조 일본 총리가 7일(현지시간) 워싱턴DC 백악관에서 정상회담을 한 뒤 공동기자회견에 앞서 악수하고 있다. 아베 총리는 트럼프 대통령에게 6·12 북·미 정상회담에서 일본인 납치자 문제를 제기해 달라고 요청했고 트럼프 대통령은 그렇게 하겠다고 약속했다. AP뉴시스


北 실질적 비핵화 이행 전까진 체제보장 구체화 어렵지만
종전 합의로 北 안심시키고 수교 시사로 대북투자 기대 높여
백악관 초청 등 정상국가 대접…비핵화 속도 끌어올리려는 구상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오는 12일 싱가포르 북·미 정상회담에서 한국전쟁 종전에 합의하겠다는 뜻을 7일(현지시간) 밝힌 것은 북한이 비핵화의 대가로 요구하는 체제안전 보장 방안을 동시에 논의하겠다는 구상이 내포돼 있다. 북한이 트럼프 대통령을 만족시킬 만한 비핵화 시간표를 제시한다면 65년간 이어져온 휴전체제를 종식하고 평화협정을 체결하는 길을 열겠다는 것이다. 나아가 북한의 체제안전 우려를 씻어주기 위해 김정은 국무위원장을 미국으로 초청해 북한을 보통국가로 예우하고 관계정상화를 추진하겠다는 뜻도 밝혔다.

체제안전은 북한이 비핵화의 대가로 미국에 요구하는 ‘동시적 조치’의 핵심이다. 트럼프 대통령과 미국은 그동안 북한이 비핵화를 이행하기 전에는 유엔 안전보장이사회의 제재 해제와 경제적 지원 등 보상은 없다고 잘라 말했다. 그러나 북한은 미국이 체제안전을 보장하지 않을 경우 일방적인 비핵화는 할 수 없다고 반발했다.

종전선언은 이 둘 사이의 간극을 메울 수 있는 방안이다. 종전선언은 안보리 제재와 무관하다. 종전선언은 일종의 정치적인 선언일 뿐 구체적인 조치나 책무가 따르는 것은 아니다. 정부는 종전선언을 하더라도 종전체제를 관리하는 유엔군사령부의 존재와 기능에 대해서는 아무런 변화를 주지 않는다는 방침이다. 그러나 북한 입장에서는 종전선언만으로도 미국과 군사적 대결상태를 완화하는 조치로 해석할 수 있다. 나아가 평화협정과 북·미 관계 정상화까지 이뤄지면 북한의 체제안전 요구는 거의 충족된다.

그중에서도 미국과의 관계정상화는 북한 체제안전 방안의 핵심이다. 미국과 수교가 이뤄지면 세계 최대시장인 미국과의 교역이 가능할 뿐 아니라 국제사회의 대북 투자가 가능해진다.

그러나 북·미 관계 정상화는 걸림돌이 적지 않다. 현재 북한은 미국의 적성국일 뿐 아니라 테러지원국으로 지정돼 있다. 미국이 북한과 수교를 하려면 북한을 규제하는 각종 법령을 폐지하거나 정비해야 한다. 그러나 구체적인 비핵화 조치가 이행되기 전에는 미 의회가 이런 요구를 수용할 리가 없다.

트럼프 대통령이 김 위원장 초청 카드를 꺼내든 것은 북·미 수교를 위한 정지 작업이 더디게 진행되더라도 관계정상화 의지를 공개적으로 천명할 수 있기 때문이다. 또 김 위원장이 오는 11월 중간선거를 앞두고 미국을 방문하면 트럼프 대통령의 외교적 업적을 과시할 수 있어서 러시아 스캔들로 궁지에 몰려 있는 트럼프 대통령에게 적지 않은 선물을 안길 수 있다.

트럼프 대통령이 미국에서 김 위원장과 잇따라 정상회담을 가지면 그동안 불량국가로 낙인 찍힌 북한을 사실상 보통국가로 예우하게 된다. 김 위원장도 백악관과 마러라고 등에서 트럼프 대통령과 회담을 이어가다 보면 미국에 대한 신뢰가 쌓이게 되고, 그 신뢰를 바탕으로 비핵화 이행 속도를 높이지 않겠느냐는 게 트럼프 대통령의 복안이다.

하지만 종전선언과 평화협정, 김 위원장의 방미와 북·미 수교 협상은 동전의 앞뒷면처럼 북한의 비핵화 시간표와 맞물려 있다. 트럼프 대통령은 2020년 전까지 비핵화가 완결돼야 한다고 요구하고 있지만 북한은 물리적으로 쉽지 않다며 맞서고 있다. 북한의 경우 핵무기 개발 동결과 검증, 폐기 등 수순을 밟는데 10∼15년이 걸린다는 게 전문가들의 지적이다. 트럼프 대통령과 김 위원장의 싱가포르 담판이 주목되는 이유다.

워싱턴=전석운 특파원 swchun@kmib.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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