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정은 숙소 ‘세인트 리지스 호텔’ 급부상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이 6·12 싱가포르 북·미 정상회담 때 머물 곳으로 기존의 풀러턴 호텔과 함께 세인트 리지스 호텔도 유력한 후보로 부상하고 있다고 현지 매체 더스트레이츠타임스(ST)가 8일 보도했다.

ST는 전날 오후부터 세인트 리지스 호텔과 샹그릴라 호텔의 경비가 대폭 강화됐다고 전했다. 샹그릴라 호텔은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의 숙소로 거론돼 왔다. 두 호텔은 싱가포르 정부가 오는 10일부터 14일까지 지정한 ‘특별행사구역’ 안에 있다.

세인트 리지스 호텔에서는 인부들이 호텔 주차장과 진입로 등에 CCTV 카메라를 설치하는 모습이 목격됐다. 새로 설치된 카메라는 13개인 것으로 알려졌다. 호텔 측은 김 위원장의 투숙 예정 여부에 답변을 거부했다.

이날 0시10분쯤에는 김 위원장의 의전 담당인 김창선 국무위원회 부장이 세인트 리지스 호텔에 들어갔다. 앞선 방문 당시 특별행사구역 밖의 풀러턴 호텔에서 묵었던 김 부장은 지난 6일 싱가포르를 떠나 중국 베이징에 들렀다가 7일 오후 10시쯤 다시 싱가포르 창이공항에 도착했다. 공항에서 자동차로 20분 거리인 호텔에 들어가기까지 약 2시간을 밖에서 머문 이유가 취재진을 피하려는 목적이었을 것이란 해석이 나왔다.

세인트 리지스 호텔은 샹그릴라 호텔과 도보로 9분 거리다. 299개의 객실을 보유했으며 20층 꼭대기에 최고급 ‘프레지덴셜 스위트룸’이 있다. 이곳에는 응접실과 침실, 식당, 테라스, 사무실 등이 있다. 금과 은테를 두른 장식과 체코산 크리스털 샹들리에로 치장됐다. 2015년 시진핑(習近平) 중국 국가주석과 마잉주(馬英九) 전 대만 총통이 회담했을 당시 시 주석 일행이 묵었던 곳이다.

샹그릴라 호텔도 지하주차장 통로 출입을 지난 4일부터 통제하고 있어 트럼프 대통령이 숙소로 사용할 가능성이 높다는 관측이 나온다. 정상회담 장소인 센토사섬 카펠라 호텔 주변에도 CCTV 카메라 수십대가 추가로 설치됐다.

물론 다른 호텔이 김 위원장의 숙소일 가능성도 아직 열려 있다. 지난 4일 사우스차이나모닝포스트(SCMP)는 회담 사정에 밝은 관계자를 인용해 두 정상이 머물 숙소와 정상회담이 열릴 호텔이 모두 다른 곳이며 서방 측이 소유하지 않은 곳이라고 보도했다. 하지만 세인트 리지스 호텔은 미국계 호텔 체인 스타우드호텔 & 리조트가 소유하고 있어 북한이 숙소로 쓸지 여부는 더 지켜봐야 한다는 시각도 있다.

조효석 기자 promene@kmib.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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