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완식의 우리말 새기기] ‘수포로 돌아가다’는 물거품이 되다



“돈을 조금씩 모아 장롱에 감춰뒀는데, 그만 아내에게 들켰어. 골프채를 개비(改備, 새로 장만함)하려던 계획이 수포로 돌아가게 생겼지 뭐야.”

‘수포(水泡)’는 원래 물에서 생기는 ‘거품’입니다. ‘수포로 돌아가다’처럼 노력이 헛되게 된 상태 즉 헛수고, 헛일이 됐음을 비유하는 말로 쓰입니다. ‘물거품이 되다’ ‘공든 탑이 무너지다’와 비견할 수 있겠지요.

물거품은 비누거품 같은 점성이 없어 금방 터집니다. 그래서 ‘수포로 돌아가다(물거품이 되다)’는 기울여 온 노력이나 들인 공이 아무 소용없게 곧 터져 흔적도 없어질 물거품처럼 됐다는 말입니다.

“사랑하는 이를 섬에 두고 배에 오른 남자는 하얗게 부서지는 포말(泡沫) 쪽으로 멀어져가는 그녀에게서 눈을 떼지 못하는 것이었다.” 沫도 ‘물거품’입니다. 배가 움직일 때 스크루가 돌면서 생기는, 얼마 못 가 흔적도 없이 사라지는 배 꽁무니의 물거품을 본 적 있을 것입니다.

이런 ‘수포(水疱)’도 있지요. 피부에 생기는 ‘물집’입니다. 疱는 물집들이 띠 모양으로 번지며 통증을 일으키는 대상포진(帶狀疱疹)에 들어 있습니다.

한자 음역으로 星港(성항)이라고도 하는 싱가포르에서 곧 희대(稀代, 세상에 매우 드묾)의 담판이 벌어질 텐데, 평화를 향한 우리의 노력과 간절한 바람이 수포로 돌아가는 일이 없어야겠습니다.

어문팀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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