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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년간 속아 피웠다” 궐련형 전자담배 흡연자들 ‘충격’




궐련형 전자담배의 타르 함유량이 일반 담배보다 높고 니코틴 함유량은 큰 차이가 없다는 보건 당국의 7일 발표에 일부 흡연자들은 배신감을 토로했다. 올해 초부터 릴을 사용하고 있는 이모(31)씨는 “다른 유해물질이 적게 나왔다 해도 제일 몸에 안 좋은 타르가 많다면 더 안 좋을 것 같다”며 “굳이 전자담배를 계속 펴야할지 고민이 된다”고 말했다.

흡연자들 중에는 궐련형 전자담배를 통해 금연에 이를 수 있다고 여기는 이들이 적지 않았다. 일반 담배에 비해 중독성이 덜하다고 여겼기 때문이다. 하지만 식품의약품안전처는 국내 판매 중인 궐련형 전자담배인 아이코스 앰버, 글로 브라이트토바코, 릴 체인지 3종의 배출물에 포함된 11개 유해 성분을 국제표준화기구(ISO) 방식으로 분석한 결과, 니코틴 평균 함유량은 각각 0.5㎎, 0.1㎎, 0.3㎎이었다고 7일 밝혔다. 일반 담배 100개종 평균(0.01∼0.7㎎)과 크게 다르지 않았다. 김장열 식약처 소비자위해예방국장은 “궐련형 전자담배는 니코틴 함유량이 일반 담배와 유사하기 때문에 금연에 도움이 되지 않는다”고 말했다.

일부 유해성분이 일반 담배보다 적게 함유돼 있어도 건강에 미치는 악영향이 비슷할 수 있다는 점도 충격을 줬다. 이번 조사에서 세계보건기구(WHO)가 각국 정부에 저감화를 권고한 벤조피렌, 벤젠, 포름알데히드 등 9개 성분 함유량은 궐련형 전자담배가 일반 담배보다 적었다. 국제암연구소(IARC)가 1급 발암물질로 분류한 벤조피렌, 포름알데히드, 벤젠 등 5종은 일반 담배 함유량의 30%에 못 미쳤다. 벤젠은 일반 담배의 0.3% 수준이었다.

이를 두고 담배 업체에서는 WHO가 지정한 유해 성분이 현저히 줄어든 것이 입증됐다는 입장을 내놨다. 그러나 임민경 국립암센터 교수는 “함유량이 적어도 인체 발암물질이 포함돼 있는 것만으로도 각종 질병을 일으킬 수 있다”며 “담배의 유해성을 함유량으로만 평가하는 건 적절치 않다”고 강조했다.

이번 발표에 개의치 않는다는 반응을 보인 흡연자들도 있었다. 지난 연말 아이코스를 구매한 김모(30)씨는 “궐련형 전자담배도 결국 담배이기 때문에 덜 해로울 것이라 기대하진 않았다”며 “주변 사람들에게 담배 냄새가 안 나는 점이 좋아서 계속 사용할 것”이라고 말했다. 온라인 흡연자 커뮤니티에선 “찐 담배와 태우는 담배의 타르를 똑같이 비교한 정부의 시험 방식이 적절했는지 의문이 든다”며 불신을 표하는 이들도 있었다.

보건복지부 등 관계 부처는 한국인의 흡연행태 조사를 실시하고 궐련형 전자담배 포장지에도 니코틴·타르 함유량을 표시하도록 관련법 개정을 추진할 방침이다.

최예슬 기자 smarty@kmib.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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