트럼프, 金과 2차회담 땐 아베·시진핑급 환대?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또다시 깜짝 카드를 꺼내들었다. 미국은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을 플로리다주 팜비치 마러라고 리조트로 초청해 2차 정상회담을 열겠다는 의사를 슬쩍 내비쳤다. 김 위원장으로서는 미국과의 관계 정상화는 물론 중국과 일본 등 주변 강대국과 어깨를 나란히 했다는 체제 선전 효과도 얻을 수 있는 제안이다. 하지만 트럼프 대통령은 그 대가로 북한이 핵을 더 많이 포기하도록 요구할 것으로 예상돼 김 위원장은 이 제안을 받아들일지를 두고 고심할 것으로 보인다.

마러라고 리조트는 트럼프 대통령의 개인 소유 별장이다. 트럼프 대통령 취임 이후에도 자주 집무실로 쓰여 ‘겨울 백악관’으로도 불린다. 특히 외국 정상 입장에서는 마러라고 초청이 트럼프 대통령에게서 최대의 환대를 받는다는 상징적 의미가 있다. 이곳을 방문한 적이 있는 외국 정상은 시진핑(習近平) 중국 국가주석과 아베 신조(安倍晉三) 일본 총리 둘뿐이다. 미국의 동맹국 정상인 문재인 대통령과 앙겔라 메르켈 독일 총리도 마러라고 방문만은 이루지 못했다.

만약 두 번째 북·미 정상회담이 마러라고에서 성사된다면 김 위원장은 중국과 일본에 이어 세 번째로 이곳을 찾는 외국 정상이 된다. 미국과 어깨를 견주는 초강대국 및 미국의 핵심 동맹국과 어깨를 나란히 하는 모양새가 된다. 체제 선전 효과를 중시하는 북한 입장에서는 생각해볼 만한 제안이다. 북·미 관계가 다른 정상국가 간 관계와 다를 게 없다는 점을 국제사회에 과시하는 효과도 얻을 수 있다.

변칙적인 협상기법을 즐겨 쓰는 트럼프 대통령의 특성상 김 위원장을 정말로 마러라고로 불러 정상회담을 열지는 알 수 없다. 트럼프 대통령은 사업가 시절 상대방이 거절하지 못할 것 같은 제안을 내밀어 원하는 바를 얻어내는 기법을 자주 사용해 왔다. 트럼프 대통령은 김 위원장을 마러라고로 부르는 대가로 북한이 비핵화에서 더 많은 양보를 내놓도록 요구할 가능성도 있다. 고명현 아산정책연구원 연구위원은 7일 “(마러라고 초청은) 김 위원장에게 주는 인센티브로 볼 수 있다”며 “미국 국내 정치 측면에서는 싱가포르에 이어 두 번째 정상회담을 개최함으로써 북한 비핵화는 어렵지만 평화적으로 해결하려고 노력하고 있음을 보여주려는 것”이라고 말했다.

김 위원장이 선뜻 방미 제안을 받아들이기는 힘들다. 김 위원장이 미국에서 환대를 받으려면 트럼프 대통령이 원하는 만큼의 비핵화 요구를 우선 들어줘야 한다. 싱가포르 북·미 정상회담에서 미국의 대북 체제안전 보장을 제대로 얻어내지 못할 경우 섣부른 미국행은 도리어 해가 될 수도 있다. 홍민 통일연구원 북한연구실장은 “김 위원장 방미가 성사되려면 체제안전 보장이 미 의회 비준을 받는 수준은 돼야 한다. 이는 트럼프 대통령 의지만으로 될 일이 아니다”라며 “고작 체제 보장 약속을 믿고 미국에 갈 수는 없을 것”이라고 말했다. 그는 “김 위원장으로서는 2차 북·미 정상회담 장소로 미국보다는 차라리 판문점을 선택할 것”이라고 전망했다.

또 김 위원장의 마러라고 방문은 북한 주민 단속 차원에서는 별 실익이 없다는 분석도 있다. 미국 정치 상황을 잘 모르는 북한 주민들에게 마러라고는 생소한 지명이기 때문이다. 한 북한 전문가는 “마러라고는 정상국가에서나 의미 있는 장소”라며 “내부 선전용으로는 차라리 백악관이 낫다”고 말했다.

조성은 기자 jse130801@kmib.co.kr


 
트위터 페이스북 구글플러스
입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