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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명수의 선택지 셋… ①檢 고발 ②수사협조 ③국조·특검 요구

사진=뉴시스


양승태 전 대법원장 시절 사법행정권 남용 의혹에 대한 후속 조치를 놓고 김명수(사진) 대법원장의 고민이 깊어지고 있다. 지난달 25일 특별조사단 조사보고서 발표에 이어 5일 공개된 문건 98건은 당시 사법부의 재판 거래·법관 사찰 의혹 행태를 적나라하게 드러내 검찰 수사를 촉구하는 측의 목소리는 더 거세졌다. 동시에 검찰 수사로 얻을 수 있는 것보다 혼란만 키울 것이라는 사법부 내 신중론도 높아지고 있다. 결정은 어렵지만 김 대법원장에게 주어진 선택지는 많지 않다. 이미 여러 건의 고발이 검찰에 접수된 상황에서 아무것도 하지 않은 채 덮을 수는 없기 때문이다.

전국 각급 법원에서 열린 판사회의에서 소장판사 등이 요구하는 것은 적극적 수사다. 대법원이 검찰에 수사를 의뢰하거나 고발하는 방식이다. 김 대법원장도 참석한 ‘국민과 함께하는 사법발전위원회’ 간담회에서도 검찰 수사 필요성을 주장하는 목소리가 있었던 것으로 전해졌다. 그러나 이는 사법부 수장인 대법원장이 나서 전임 대법원장과 동료 법관을 형사조치해 달라고 검찰에 요청해야 하는 부담을 감수해야 한다. 조직 내부 수습이 어려운 지경에 이를 수 있다.

비리 혐의 등이 아니라 재판에 관한 문제로 수사를 의뢰하는 것은 사법부 독립을 오히려 저해한다는 반론도 있다. 차관급 고위 법관인 서울고법 부장판사들이 형사조치에 반대한다는 입장을 내놓은 것도 같은 맥락이다.

현재까지 드러난 문건의 내용 등으로 볼 때 직권남용 등 범죄 혐의가 성립될지가 불투명하다는 문제도 제기된다. 대법원이 나서 고발이나 수사 의뢰를 했는데 검찰 수사가 별다른 결과를 내지 못할 경우 난처해질 수 있다. 역으로 대법원이 적극 나서는 것 자체가 수사와 재판의 가이드라인이 된다는 지적도 있다.

이런 부담을 고려할 때 적극적 형사 조치 대신 검찰이 수사에 착수하면 진상규명을 위해 적극 협조하겠다는 입장만 내는 방안도 있다. 이미 검찰에 고발된 사건들이 있는 만큼 형사 조치는 여기에 맡기고 대법원은 수사에 협조하면서 재발방지를 위한 제도 개선에 집중하자는 것이다. 특조단 조사 과정에서 이미 참여연대는 직권남용 혐의로 양 전 대법원장을 검찰에 고발했고 자유한국당은 역으로 ‘판사 개인 컴퓨터 강제 개봉’ 등을 문제 삼아 김 대법원장을 고발했다. 특조단 보고서 발표 이후 재판 거래 의혹이 제기된 재판 당사자들이 추가로 낸 고발장도 10건이다. 문제는 검찰이다. 검찰 내부에는 특조단이 범죄가 되지 않는다는 결론을 공개한 상황에서 대법원이 고발 등으로 적극 나서지 않으면 수사가 제대로 이뤄지기 어렵다는 회의론이 있다. 검찰 관계자는 6일 “검찰 내에서는 대법원이 고발을 해도 압수수색 등 강제수사 시도 때마다 부담을 가질 수밖에 없다”면서 “검찰 수사에 맡긴다고만 하면 누가 적극적으로 할 수 있겠나. 잘해도 못해도 부담되는 수사”라고 말했다.

국회에 국정조사나 특별검사 도입을 요청하는 방안도 거론된다. 국정조사의 경우 검찰의 수사 착수 전에 수사가 꼭 필요한 부분을 가려낼 수 있다는 점이 장점이다. 특검은 수사의 공정성과 독립성 면에서 검찰보다 낫다. 그러나 신·구 사법권력을 각각 대변하는 여야의 입장이 상반된 상황에서 국회의 합의가 필수적인 국정조사나 특검의 도입 가능성이 높지 않다는 게 문제다.

조민영 기자 mymin@kmib.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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