HOME  >  시사  >  종합

애플·구글, 스마트폰 중독 차단 나선 이유는?



방치 비판 여론 직면하자 고육책으로 자사 제품을 덜 쓰도록 하는 ‘OS’ 내놔
국내 업계는 소극적 대처


스마트폰 운영체제(OS)의 양대 개발사인 구글과 애플이 스마트폰 중독방지 기능을 추가한 OS를 잇달아 발표했다. 스마트폰 중독 문제를 방치하고 있다는 비판 여론이 거세지자 자사 제품을 덜 사용하도록 유도하는 고육책을 내놓은 것이다. 한국에서도 스마트폰 중독 문제가 심각해지고 있다는 지적이 나오고 있지만 국내 업계는 기능이 제한적이거나 인기가 없는 서비스를 제공하는 데 그치고 있다.

애플은 4일(현지시간) 미국 캘리포니아주 새너제이 컨벤션센터에서 개최한 세계개발자회의(WWDC)에서 스마트폰 중독방지 기능을 탑재한 새로운 아이폰 운영체제 iOS12를 공개했다. iOS12에는 특정 애플리케이션(앱)의 하루 사용한도를 설정할 수 있게 한 ‘앱 리미츠’ 기능과 일주일 동안 앱을 얼마나 사용했는지 보여주는 ‘위클리 서머리’ 기능, 부모가 아이들이 잠자리에 들 시간에 아이폰 작동을 멈추게 하는 ‘다운타임’ 기능이 적용됐다.

구글도 지난달 스마트폰 중독을 막는 기능을 담은 스마트폰용 OS 최신 버전 ‘안드로이드P’를 공개했다. 특정 앱에 지나치게 많은 시간을 쓸 경우 이를 제한하고 얼마나 썼는지 확인할 수 있는 기능을 넣었다.

미국 실리콘밸리는 최근 사회적 문제로 떠오른 ‘기술 중독’에 책임을 져야 한다는 비판을 받아왔다. 올 초 미국의 행동주의 헤지펀드와 캘리포니아주 교직원퇴직연금 등 애플의 주요 주주들이 애플에 편지를 보내 “어린이들의 건강에 스마트폰이 끼치는 악영향에 대한 대안을 제시하라”고 촉구한 사례가 대표적이다.

스마트폰을 생활 플랫폼으로 구축하고 있는 구글과 애플에 ‘중독 문제를 방치한다’는 이미지는 뼈아프다. 국내 업계 관계자는 “스마트폰이 도박이나 담배 같은 중독 물질로 분류되면 OS 공급 업체가 건강·교통·여가 등 다른 생활 서비스를 운영하기 불리해질 것”이라며 “부정적 낙인이 찍히기 전에 차라리 ‘고객의 생활패턴을 잘 이해하고, 관리해주겠다’는 인상을 남기려 한 것 같다”고 분석했다.

국내 스마트폰 제조사와 통신 인프라를 제공하는 이통사, 콘텐츠를 만드는 앱 개발사는 “우리도 스마트폰 중독에 책임이 있다”면서도 대책은 소극적으로 세우고 있다. 삼성전자는 0∼7세 전용 중독방지 앱 ‘키즈모드’를, 카카오톡은 특정 시간대에 메시지 알림을 받지 않는 ‘방해금지 시간대 설정’ 서비스를 제공하고 있지만 서비스 이용대상과 실효성이 제한적이다. LG전자와 이통사는 데이터 연결을 차단한 폴더폰 등을 출시했지만 이용자가 극소수다.

오주환 기자 johnny@kmib.co.kr


 
트위터 페이스북 구글플러스
입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