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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And 경제인사이드] 낚싯배 ‘열풍’ 안전의식 ‘냉풍’… 해양레저 호황의 그림자



해양수산부 소속 국립해양측위정보원이 2014년에 개발한 ‘해로드’ 애플리케이션의 화면. 국립해양측위정보원 제공




2016년 300만명을 돌파한 낚시어선 이용객은 2020년 480만명에 이를 전망이다. 요트를 비롯한 소형 선박을 이용한 수상레저 이용객 역시 증가하는 추세다. 하지만 동전의 양면처럼 해양레저산업의 부흥 이면에 소형 선박의 해양안전 문제도 함께 불거지고 있다. 낚시어선, 요트 같은 소형 선박은 비용 부담 때문에 항법장치를 설치하지 않은 경우가 대부분이다. 그만큼 해양사고 위험은 커질 수밖에 없다. 해양수산부 소속 국립해양측위정보원이 소형 선박 해양사고 사각지대를 없애기 위해 해상 내비게이션이라 불리는 ‘해로드’ 애플리케이션(이하 해로드 앱)을 개발했지만 이용자는 10만명대에 머물고 있다. 해양수산 당국은 소형 선박 안전성 강화를 위해 해양기상 신호표지 시설 구축 등을 추진한다는 계획이다.

수상레저 활성화와 소형 선박 사고 증가

낚시를 비롯한 수상레저산업은 최근 호황을 누리고 있다. 낚시어선 이용객은 지난해 414만명을 기록했고 모터보트와 요트, 수상오토바이 등 해양경찰청에 등록된 수상레저 기구는 2만4971대에 이른다.

하지만 낚시어선이나 수상레저 기구와 같은 소형 선박이 늘면서 해양사고도 덩달아 증가하고 있다. 2014년 109건이었던 낚시어선 사고는 2016년 203건으로 배가량 늘었고, 수상레저 기구 해난사고 역시 같은 기간 189건에서 416건으로 급증했다.

정부는 소형 선박 사고의 원인을 항법장비 미비에서 찾고 있다. 해수부 관계자는 6일 “소형 선박 소유주들이 대당 300만원을 넘는 항법장비를 설치하는 것을 꺼린다. 2t 미만 소형 선박들은 대부분 항법장비를 갖추지 않고 있는 게 현실”이라고 말했다. 항법장비를 통해 주변 해저 지형이나 조류 등 정보를 실시간으로 제공받지 못하면서 사고가 발생한다는 설명이다. 지난달 10일 승객 7명을 태운 한 낚시어선이 경남 통영 해상에서 암초에 걸려 좌초된 사례가 대표적이다.

이 관계자는 “항법장비가 없는 탓에 사고가 발생한 뒤 해경에 정확한 사고 지점을 알려주지 못하는 경우도 빈번하다”며 “세월호 참사에서 볼 수 있듯 해양사고의 경우 구조를 위한 ‘골든타임’이 중요한데, 사고 지점을 명확히 알리지 못할 경우 인명피해로 이어질 수 있다”고 지적했다. 해양안전심판원에 따르면 실제 해양사고로 인한 인명피해는 2014년부터 2016년까지 매년 300건 안팎을 기록하고 있다.

정부가 개발한 ‘해로드’ 앱

정부는 이런 소형 선박 안전 사각지대를 없애기 위해 2014년 해로드 앱을 개발했다. 고가의 항법장비 기능을 스마트폰으로 대체한다는 목표였다. 우선 스마트폰의 GPS 기능을 이용해 선박 위치를 확인할 수 있게 했다. 오차는 약 30m에 불과하다. 현재 위치를 중심으로 주변 해저 지형도 확인할 수 있다. 암초 등에 걸려 좌초되는 사고를 방지할 수 있다. 현재 속도와 이동경로 등도 표시된다. 사실상 해상 내비게이션 역할을 하는 셈이다.

가장 핵심적인 기능은 ‘구조요청’ 기능이다. 구조요청 아이콘을 클릭하면 사고 지점에서 가장 가까운 해경 또는 119구조대로 사고 위치가 포함된 구조문자가 발송된다.

지난 3월 김모씨 등 3명은 선상낚시를 즐기기 위해 고무보트를 타고 경남 창원시 진해구 수도항에서 출항했지만 원인을 알 수 없는 기관 고장으로 표류하게 됐다. 좌초나 충돌 등 2차 사고를 우려한 김씨는 해로드 앱을 통해 구조요청을 보냈다. 빠른 위치 확인 덕에 해경은 15분 만에 사고 현장에 도착할 수 있었다. 사고는 별다른 인명피해 없이 수습됐다. 김씨처럼 해로드 앱을 통해 구조된 사례는 지난달까지 총 23건에 달한다.

꼭 해상이 아니어도 구조요청 기능을 사용할 수 있다. 지난 3월 휴가를 맞아 충남 서천군 서해안 갯벌체험에 나선 한모씨 부부는 갯벌에서 길을 잃었다. 갯벌에 물이 차오르면 위험할 수 있는 상황이었다. 한씨 부부는 해경에 전화로 신고했지만 길을 잃은 탓에 정확한 위치를 설명하기 어려웠다. 결국 해경 안내에 따라 해로드 앱을 설치한 뒤에야 사고 지점을 전달할 수 있었고, 보령해경에 의해 구조됐다.

해양기상 신호표지 시설 구축 등 나서

문제는 해로드 앱 이용자가 10만명대에 그치고 있다는 점이다. 지난달 25일 기준으로 해로드 앱 다운로드 수는 18만6706건이다. 국립해양측위정보원 관계자는 “낚시나 해양레저를 즐기는 인원을 감안하면 아직 이용자가 적은 편”이라며 “2020년까지 다운로드 수를 50만건으로 늘리는 게 목표”라고 말했다.

기능도 대폭 강화할 방침이다. 우선 해로드 앱을 해양안전정보시스템(GICOMS)의 AIS(선박자동식별장치)와 연계해 중·대형 선박 접근 시 위험 상황을 알리는 시스템을 구축할 계획이다. 선박 간 충돌을 예방하기 위해서다. 지난해 12월 낚시선박 ‘선창 1호’가 336t급 급유선 ‘명진 15호’에 부딪혀 선창 1호에 탑승해 있던 승객 15명이 사망한 바 있다.

이용자 간 상호 위치정보를 연동하는 ‘위치정보 공유 서비스’도 구현할 계획이다. 사고로 해상에 추락한 조난자가 정신을 잃더라도 자동으로 구조신호를 송출할 수 있도록 하는 ‘해로드 방수팩’도 개발할 예정이다.

해수부는 해로드 앱 외에도 해상안전 강화를 위한 여러 정책을 추진해 나가기로 했다. 전국 항만과 연안해역 주요 지점에 위치한 등대 등 항로표지 시설에 해양기상 관측 센서를 설치할 계획이다. 수온, 풍향, 풍속, 기온, 파고 등을 관측해 이용자에게 제공한다.

장기적으로는 2020년까지 국제해사기구(IMO)의 ‘e-내비게이션’ 도입에 선제적으로 대응하기 위한 핵심 기술 연구·개발 및 디지털 인프라 구축에도 나선다. e-내비게이션은 선박운항 기술에 첨단 정보통신기술(ICT)을 융합해 각종 해양안전 정보를 선박과 육상 간 실시간으로 공유·활용하기 위한 차세대 해양안전 종합관리 체계다. 앞서 해수부 산하 해양수산과학기술진흥원은 지난해 한국형 e-내비게이션을 위한 시연 모델 개발에 성공했었다.

세종=정현수 기자 jukebox@kmib.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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