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北美정상, 싱가포르서 ‘완전한 비핵화’ 선언할 듯… ‘종전’은 추가회담서

시민들이 5일 서울역 대합실에 설치된 TV를 통해 미국 백악관의 싱가포르 북·미 정상회담 개최 발표 소식을 지켜보고 있다.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과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의 ‘세기의 담판’은 우리 시간으로 12일 오전 10시 싱가포르에서 열린다. AP뉴시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과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은 오는 12일 싱가포르 정상회담에서 완전한 비핵화(CVID)를 명기한 공동선언문을 발표할 것으로 예상된다. 비핵화 대상과 시기, 보상 등 이른바 ‘디테일 싸움’은 후속회담에서 이어질 전망이다.

특히 이번 북·미 정상회담은 역대 어느 회담보다 두 정상 간 담판으로 풀어야 할 의제가 많다. 협상의 달인을 자처하는 트럼프 대통령과 파격 행보를 이어가는 김 위원장의 결단에 따라 양측 실무진이 만든 합의 초안은 무의미해질 수 있다는 관측이 나온다.

트럼프 대통령과 김 위원장은 첫 만남에서부터 마라톤협상을 벌일 것으로 보인다. 박원곤 한동대 교수는 5일 “정상회담을 아침(현지시간 오전 9시)에 시작한다는 것은 보여주기식이 아닌 어떻게든 결과를 도출하겠다는 의지의 표현”이라며 “트럼프 대통령과 김 위원장이 직접 협의할 내용이 많다는 의미”라고 말했다.

두 정상이 합의할 수 있는 선은 크게 세 단계다. CVID(완전하고 검증가능하며 돌이킬 수 없는 핵폐기) 목표를 분명하게 밝히는 것이 가장 기본이라면 합의사항의 이행시기를 못 박아 얼마나 구체화하느냐에 따라 수위가 결정된다.

신범철 아산정책연구원 안보통일센터장은 “김 위원장 입에서 CVID가 나와야 하고 그게 안 되면 회담을 할 이유가 없다”며 “조금 더 나간다면 ‘북한은 언제까지 핵을 포기하고 미국은 언제까지 보상을 제공한다’는 일반적 원칙이, 더 나아가면 핵을 몇 단계로 나눠서 반출할지, 사찰은 몇 회에 걸쳐 진행할지, 대북 제재는 언제 해제할지 등 구체적 원칙이 나올 것”이라고 내다봤다.

미 언론들은 대체로 이번 회담에선 비핵화 노력을 약속하는 개괄적 성명 정도가 나오고 세부사항은 후속회담에서 논의될 것으로 보고 있다. 첫 정상회담에 대한 기대치가 다소 낮아진 건 트럼프 대통령이 이번 회담을 하나의 과정(process)으로 규정하면서 후속회담 가능성을 열어뒀기 때문이다.

김현욱 국립외교원 교수는 “트럼프 대통령이 이번 회담을 ‘첫 정상회담’이라고 한 건 공동합의문에 사인까지 하기는 힘들다고 봤기 때문”이라며 “실무진에서 합의 못한 사안은 정상들 몫이기 때문에 결국 두 사람이 어느 수준까지 합의할지가 관건”이라고 말했다.

종전선언은 회담 성과에 달려 있다는 평가다. 김 위원장이 트럼프 대통령의 요구대로 ‘과감한 결단’을 내린다면 연계 논의가 가능하다. 과감한 결단은 핵탄두와 미 본토를 겨냥한 대륙간탄도미사일(ICBM) 조기 반출이다. 트럼프 대통령은 이 같은 ‘프런트 로딩’(중대한 선제 조치)을 이행함으로써 전향적인 조치를 보이라고 요구할 가능성이 높다.

김 위원장은 미국의 군사적 위협 해소를 가장 강조하고 있다. 박 교수는 “종전선언 정도로 북한이 비핵화 조치를 이행해도 될 만큼 체제 안전이 보장됐다고 느끼지는 않을 것”이라고 전망했다. 그러면서 “트럼프 대통령은 미 의회 동의 없이 대통령 권한으로 할 수 있는 한·미 연합훈련과 전략자산 전개 조정 문제를 추가로 내줄 수 있다”고 전망했다. 북·미 간 불가침 확약은 종전선언 이후 논의될 것으로 보인다. 김의겸 청와대 대변인은 이날 정례브리핑에서 “불가침 문제는 선언인지 확약인지 조약인지 형태에 따라 굉장히 달라지는 문제”라며 “현 단계에서 종전선언과 같이 논의될 성격은 아니다”라고 선을 그었다.

후속 정상회담은 정전협정 체결 65주년인 7월 27일 판문점에서 하는 방안이 거론된다. 조한범 통일연구원 선임연구위원은 “트럼프 대통령은 리얼리티 쇼처럼 비핵화 협상의 모든 관심을 자신에게 집중시키고 있다”고 말했다.

권지혜 박세환 이상헌 기자 jhk@kmib.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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