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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우디, 여성에 첫 운전면허증… 10명에 발급 “역사적 순간”

사우디아라비아의 수도 리야드에서 4일(현지시간) 글로벌 회계·컨설팅 법인 언스트앤영의 에스라 알부티 전무가 새로 발급받은 운전면허증을 보여주고 있다. 그동안 세계에서 유일하게 여성의 운전을 금지해 온 사우디는 이날 처음으로 10명의 여성에게 면허증을 발급했다. 해외에서 딴 운전면허를 보유해 온 이들 10명은 ‘실용적인 테스트’를 거친 후 면허증을 받았다. 테스트가 어떻게 진행됐는지는 알려지지 않았다. AP뉴시스


세계에서 유일하게 여성의 운전을 금지해 온 사우디아라비아가 4일(현지시간) 여성에게 운전면허증을 발급했다.

CNN방송 등은 “몇 달 동안의 준비를 거쳐 사우디 교통 당국이 오늘부터 해외에서 발급된 자국민의 국제운전면허증을 사우디 자체 면허증으로 교체하기 시작했다”며 “역사적인 순간”이라고 말했다. 그리고 AP통신은 “첫날 10명의 여성이 운전면허증을 받았다”고 보도했다.

사우디는 오는 24일부터 여성의 운전금지령을 전면 해제할 예정이다. 앞서 지난해 9월 살만 국왕의 칙령을 통해 여성의 운전을 허용한다고 명령한 바 있다. 이번 조치는 왕위계승 서열 제1순위인 모하마드 빈 살만 왕세자가 추진하는 대대적인 개혁의 일환이다. 사우디에선 지난 1월 여성의 축구경기장 입장이 처음으로 가능해졌고, 2월에는 사상 처음으로 여성의 군 입대도 허용됐다.

빈 살만 왕세자의 조치는 보수적 종교 관습을 개선하고 여성의 자유를 확대한다는 점에서 긍정적인 평가가 적지 않다. 하지만 최근 사우디 정부는 사회 안정을 해친다는 이유로 여성 운전 권리를 위해 싸웠던 여성 운동가 등 17명을 체포하면서 국제사회의 비판을 받았다. 사우디 검찰은 지난 2일 이들 중 8명을 임시 석방했다고 발표했지만, 활동가 9명은 여전히 구금 상태다. 8명에 대한 임시 석방 조치는 유명 패션지 보그 아라비아 6월호 표지에 자동차 운전석에 앉은 사우디 공주 하이파 빈트 압둘라 알사우드의 사진이 실려 논란이 확산된 이후 이뤄졌다. 당시 ‘구금된 이들부터 먼저 석방하라’ ‘빈 살만 왕세자가 추진하는 개혁의 한계다’라는 비판이 쏟아졌다.

장지영 기자 jyjang@kmib.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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