HOME  >  시사  >  종합

59년 이발사 외길… 일요일엔 무료봉사 나서는 77세의 가위손



“돈이 없어도 몸으로 남을 도울 수 있더군요. 봉사를 하면 마음이 편안하고 즐거워요. 제가 좋아서 하는 일이에요.”

60년 가까이 이발사 외길을 걸어온 충남 당진시 무궁화이용원의 박기태(77·사진) 대표는 4일 “봉사활동이야말로 삶의 활력소”라며 환하게 웃었다.

박 대표는 올해 당진시가 선정한 7명의 ‘당찬사람들’ 중 한 명이다. 18살 때 이발사 일을 처음 시작한 이후 59년간 지역 노인들에게 이발 봉사를 해온 덕분이다. 밥벌이로 시작한 일이었지만 이발은 그에게 새로운 가치를 선물했다. 군에서 전역한 뒤 거동이 불편한 친구 형의 머리를 깎아주면서 돈이 없어도 누군가에게 도움이 될 수 있다는 생각을 갖게 된 것이다.

그때부터 도움이 필요한 사람들이 있으면 그는 직접 집으로 찾아가 이발 봉사를 했다. 박 대표는 “예전에는 어르신들 이발 봉사를 요양원이 아닌 각자의 집에서 했다”며 “하루에 수십 곳을 찾아다닌 적도 있다”고 회고했다.

당진시에 요양원이 하나둘 생긴 이후에야 그는 비로소 ‘정착’을 할 수 있었다. 박 대표는 18년 전부터는 요양원 ‘평안마을’에서, 8년 전부터는 요양원 ‘평안실버’에서도 각각 이발봉사를 해오고 있다.

평일에도 일하는 만큼 주말에는 쉴 법도 하지만 그는 일부러 휴일인 일요일에 봉사활동을 한다.

머리를 깎고 즐거워하는 노인들을 볼 때마다 자신도 안식을 느낀다는 이유에서다. 이제는 누가 어떤 헤어스타일을 원하는지도 훤히 꿰고 있다.

본인도 여든을 앞둔 나이가 됐지만 박 대표는 “어르신들이 좋아해주니 어려운 줄 모르겠다”며 “건강이 허락하는 날까지 봉사활동을 하고 싶다”고 말했다.

당진=전희진 기자 heejin@kmib.co.kr




트위터 페이스북 구글플러스
입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