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리백이 뭐길래… 신태용호의 딜레마





포백에 비해 공격적 전술 강해 유럽 프로팀 명장들이 주로 사용
윙백이 상대 진영서 볼 뺏기면 자기 진영 뒷공간 텅 비어 위험… 선수들 한 발 더 뛰어 해결해야



2018 러시아월드컵 16강 진출의 ‘유쾌한 반란’을 꿈꾸는 신태용호는 꾸준히 변형 스리백 전술을 실험해 왔다. 최후방 수비 진영에 3명의 수비수를 배치하는 스리백 전략은 좌우 측면의 윙백들을 활용한 공격이 장점이지만, 동시에 상대에게 뒷공간을 허용할 위험을 안고 있다. 결국 선수들 틈의 호흡이 관건이다.

수비 조직력이라는 과제를 안고 출국한 한국 축구 대표팀은 4일(한국시간) 사전훈련지인 오스트리아에 도착했다. 기성용(사진)을 중심으로 공세에 나섰다가 상대가 역습을 하는 경우 유기적으로 우리 진영의 후방을 지켜내는 플레이를 연습하는 것이 훈련 초점이 될 것으로 보인다.

스리백의 매력

1970∼80년대 유행했던 스리백은 2000년대 들어 4-3-3이나 4-2-3-1 포메이션이 떠오르면서 거의 사라지다시피 했다. 하지만 최근 유럽에서 안토니오 콘테, 펩 과르디올라 등 명장들이 꺼내드는 카드로 다시 주목받았다. 콘테 감독은 스리백을 앞세운 3-4-3으로 첼시의 2016-2017시즌 잉글랜드 프리미어리그(EPL) 우승을 일궈냈다.

스리백이 다시 선호된 이유는 포백에 비해 최후방에 1명을 덜 두는 전술이 공격력을 끌어올리는 결과로 이어졌기 때문이다. 수비수들은 공격의 출발점 역할을 수행하기 시작했다. 공격력을 극대화하는 여러 변형 스리백도 생겨났다. 과르디올라 감독은 EPL 맨체스터시티를 이끄는 최근 종종 ‘윙백 없는 스리백’ 등의 극단적인 공격 포메이션을 선보였다.

스리백의 중심은 스위퍼라 불리는 최종 수비수에게 있다. 스위퍼는 자신의 진영에서 안전하게 볼을 잡은 뒤 공격을 위해 미드필더 지역으로 전진한다. 공격에도 재능이 있는 스위퍼는 ‘리베로’로서 상대에게 카운터 펀치를 날린다. 독일 축구의 전설 베켄바우어가 이러한 역할을 맡았다.

2002년 히딩크 감독이 이끌던 한국의 스리백은 홍명보를 중심에 두고 있었다. 보스니아헤르체고비나와의 평가전에서 신 감독은 기성용의 재능에 기대를 걸었다.

사용 주의사항

킥이 좋은 기성용은 그간 스리백의 가운데 수비수로 기용될 때마다 측면과 전방으로 날카로운 패스를 보냈다. 하지만 이 같은 장점이 전후반 90분 내내 발휘되긴 어렵다.

전문가들은 스리백의 잠재적인 결점은 역설적으로 공세 시에 드러난다고 말한다. 윙백들을 전진시키며 수비 라인을 상대 진영으로 끌어올렸는데 볼을 빼앗기면, 자기 진영의 뒷공간은 텅 비어 있게 된다. 한 번의 긴 패스로 상대 스트라이커에게 슈팅 찬스를 내줄 수도 있다.

이 같은 장면은 보스니아와의 모의고사에서 그대로 나타났다. 한국은 3-5-2로 경기에 나섰다. 한국이 오른쪽의 이용을 앞세워 여러 차례 좋은 공격을 했지만 결과는 1대 3 패배였다. 보스니아가 3차례 올린 크로스가 고스란히 3골로 연결됐는데, 모두 우리의 공격이 활발했던 오른쪽(보스니아의 왼쪽)에서 시작된 역습이었다.

보스니아와의 평가전은 양쪽 측면의 윙백까지 좀더 수비에 가담하는 ‘파이브백’으로 경기를 치러야 한다는 교훈을 준다. 선수들부터 강조한 ‘한 발 더 뛰는 자세’도 필수적이다. 콘테 감독의 첼시는 선수 개개인의 수비 범위를 넓히는 것으로 스리백의 결점을 해결했다. 빨리 스타팅 멤버를 결정해 전술적 이해도를 높이는 것도 중요하다고 전문가들은 지적한다.

이경원 기자 neosarim@kmib.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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