강경파 빼고 김영철과 1대 1 토론 벌여… 트럼프, 북·미 수교 뜻 시사



북·미 관계 현안 대부분 논의… 주한미군 감축 문제도 다룬 듯
“친서, 매우 흥미롭고 적절”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은 지난 1일(현지시간) 백악관에서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의 특사를 만나 80분간 일대일 대화를 나눴다. 김영철 북한 노동당 중앙위원회 부위원장 겸 통일전선부장으로부터 친서를 받은 뒤 기념 촬영하는 수준의 면담이 이뤄질 것이라는 일각의 예상을 깨고 장시간 토론을 벌였다. 트럼프 대통령은 제재와 경제적 지원, 종전선언, 북·미 수교 등을 예로 들면서 “북·미 관계 현안 중 대부분을 논의했다”고 소개했다. 특히 주한미군 감축 문제도 거론한 것으로 보인다. 트럼프 대통령이 이 자리에서 언급하지 않았다고 명백하게 밝힌 것은 북한 인권문제 하나였다.

트럼프 대통령은 김 부위원장을 배웅한 뒤 기자들과 만난 자리에서 “김 부위원장이 주한미군 감축도 요구했느냐”는 질문을 받고 “우리는 거의 모든 걸 얘기했다”며 주한미군에 대한 대화를 나눴음을 시사했다. 하지만 어떤 내용인지는 공개하지 않았다.

트럼프 대통령은 그러면서 “한국전쟁을 끝내는 문제를 논의했고, 제재 해제도 논의했다. (김 부위원장이) 요청하지는 않았지만 추가 대북 제재는 하지 않기로 했다”는 식으로 주요 대화를 간략히 소개했다. 이어 북·미 수교를 추진할 뜻도 내비쳤다.

백악관이 공개한 사진을 보면 트럼프 대통령은 김 부위원장과 집무실 책상을 사이에 두고 친밀하게 문답을 주고받는 모습이다. 트럼프 대통령은 김 위원장의 친서에 대해서는 “매우 흥미롭고 적절한 편지”라고 평가했다. 그러나 기자들이 “친서에 어떤 내용이 담겼는지 조금 소개해 달라”고 말하자, 자랑하듯 “얼마나 알고 싶은가, 얼마나, 얼마나”라고 되묻고는 “아직 열어보지 않았다”고 대답했다. 그러면서 “나중에 편지를 읽어보고 놀랄지도 모르겠다”며 웃었다.

그러나 워싱턴 외교가에서는 트럼프 대통령이 친서 내용을 사전에 파악한 것으로 보고 있다. 김 위원장은 친서에서 비핵화 의지와 함께 트럼프 대통령을 만나고 싶다는 뜻을 정중하게 밝혔지만 구체적인 비핵화 이행 방안을 제시하지는 않은 것으로 알려졌다.

워싱턴=전석운 특파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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