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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페인 ‘부패 스캔들’ 라호이 실각… 새 총리에 40대 산체스

페드로 산체스 스페인 사회당 대표가 1일(현지시간) 하원에서 마리아노 라호이 총리에 대한 불신임안이 가결된 뒤 취재진과 인터뷰를 하고 있다. 산체스는 라호이의 퇴진으로 신임 총리를 맡아 새 정부를 구성하게 된다. AP


집권 국민당의 부패 스캔들에 휘말린 마리아노 라호이(63) 스페인 총리에 대한 불신임안이 1일(현지시간) 의회에서 통과됐다고 AP통신 등이 전했다.

스페인 사상 최초로 불신임 투표에 의한 내각 교체다. 차기 총리는 라호이의 실각을 주도한 제1야당 사회당의 페드로 산체스(46) 대표가 맡게 됐다.

사회당이 지난주 하원에 제출한 라호이 불신임 및 총리 교체안은 전체 350석 중 찬성 180표를 얻어 통과됐다. 반대와 기권은 각각 169표, 1표였다.

사회당(84석)을 비롯해 급진좌파 정당 포데모스(67석), 카탈루냐 분리독립 정당(24석), 바스크국민당(5석)이 앞서 라호이 불신임에 표를 던지겠다는 입장을 밝혔다. 중도우파 시우다다노스당은 국민당과 함께 불신임 반대 의견을 내왔다.

40대 나이에 신임 총리를 맡게 된 산체스는 라호이의 최대 정적이었다. 2004∼2009년 마드리드 시의원을 거쳐 사회당 정부인 호세 루이스 사파테로 총리 시절 하원에 입성했다. 2014년 사회당 대표가 됐다. 2011년 라호이가 이끄는 국민당이 집권하면서 원외로 밀려났다가 2013년 보궐선거를 통해 복귀한 뒤 사회당 대표가 됐다. 라호이 총리 연임에 반대했던 그는 2016년 6월 총선 참패에 대한 책임을 지고 물러났지만 지난해 5월 당원들의 압도적 지지로 다시 대표로 기용됐다.

사회당은 지난해 카탈루냐 분리독립 문제를 놓고 정적인 국민당 편에 섰다가 국민당 인사가 대거 연루된 부패 스캔들이 터지자 공세로 전환했다. 지난주 법원이 불법 정치자금 모금 혐의로 국민당 소속 전·현직 관료 29명에게 유죄판결을 내린 직후 산체스는 라호이 불신임안을 제출했다. 그는 의회 표결 하루 전 연설에서 라호이를 겨냥해 “당신이 속한 낡은 시대는 끝났다”며 사퇴를 압박했다.

유죄판결을 받은 국민당 인사들은 기업인 프란치스코 코레아에게 특혜를 제공하는 대가로 불법 정치자금과 뇌물을 받은 혐의로 기소됐다. 특히 국민당의 재무 책임자이자 라호이 총리의 측근 루이스 바세나스는 징역 33년형에 4400만 유로(약 550억원)의 벌금형을 선고받았다. 법원은 이러한 부패 행위에 대해 알지 못했다는 라호이 총리의 증언에 대해서도 의문을 제기했다.

라호이 총리는 지난해 코레아가 한창 정치권에 검은돈을 뿌리고 다닐 무렵인 2003년과 2004년에 당의 부대표와 대표를 지냈다. 그는 지난해 7월 스페인 총리로는 처음 법정에 증인으로 출석하는 수모를 겪기도 했다.

스페인 사상 최대 부패사건으로 꼽히는 이번 스캔들은 국민당과 라호이 총리의 발목을 계속 붙잡았다. 라호이는 양당 체제 붕괴 이후 과반수의 지지를 얻지 못했지만 과도정부 총리로서 정국을 이끌어 왔다. 2016년 총선에서도 과반수 의석 획득에는 실패했지만 당시 사회당의 산체스 대표가 내각 구성에 실패하면서 총리직을 연임할 수 있었다.

장지영 기자 jyjang@kmib.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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