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양승태 “남의 일기장 보듯 뒤졌다” 불쾌감… 김명수 “뼈와 살 도려내야 할 고통의 시간”

양승태 전 대법원장이 1일 경기도 성남 자택 인근에서 대법원 특별조사단의 조사 결과를 정면으로 반박하고 있다. 그는 “재판에 부당하게 간섭하거나 관여한 바가 결단코 없다”고 말했다. 성남=권현구 기자


梁 “400명 이상 조사받아 그 이상 뭐가 밝혀지겠나 檢 수사 한답디까?” 냉소
金 “법관이 사찰·통제 대상” 사법행정권 남용 기정 사실화


양승태 전 대법원장은 퇴임 8개월여 만에 불명예스러운 사안으로 취재진 앞에 섰다. ‘재판 거래’ 의혹을 두고 논란이 확산되는 데다 자신에 대한 형사 처벌 목소리도 높아지자 기자회견을 자청했다. 사법행정권 남용 의혹 특별조사단이 조사 결과를 발표한 지 일주일 만이다. 양 전 대법원장은 “법원행정처 컴퓨터를 (특조단이) 남의 일기장 보듯이 완전히 뒤졌다”며 불쾌감을 감추지 않았다.

양 전 대법원장은 1일 오후 2시10분쯤 경기도 성남시 자택 앞에 애써 여유로운 표정을 지어 보이며 등장했다. 양 전 대법원장은 15분가량 별도의 자료 없이 자신의 입장을 밝혔다.

그는 “사랑하는 법원이 오랜 시간 동안 소용돌이 속에 빠져 국민들이 보기에 안타까운 모습이 돼 정말로 슬프다”고 심경을 밝혔다. 자신이 대법원장으로 있던 지난해 상반기부터 불거진 사법행정권 남용 의혹이 1년 넘게 이어져 온 것에 대해 착잡함을 표한 것이다. 양 전 대법관은 “법원이야말로 저의 인생 전부라고 해도 과언이 아닐 정도”라며 “이 조직에 대한 국민의 신뢰가 무너지지 않아야 우리 사회가 발전을 하고 잘 유지되리라고 저는 항상 생각해 왔다”고 덧붙였다.

양 대법원장은 여러 차례 “제가 양보할 수 없는 한계점”이라며 재판 거래 의혹과 법관 사찰 의혹을 강하게 부인했다. 초반의 옅은 미소는 사라진 채 무거운 얼굴로 자신을 둘러싼 의혹을 전면 부인했다.

취재진의 질문이 이어지자 현 상황에 대한 불만을 토로했다. 특조단의 조사를 거부한 이유를 묻는 질문에는 “여러 대의 컴퓨터를 흡사 남의 일기장 보듯이 완전히 뒤지고, 400명이 넘는 사람을 조사하지 않았나. 제가 꼭 (조사를 받으러) 가야 하나”라고 반문했다. ‘현재 문제가 된 문건 내용에 대해 알지 못하느냐’고 한 기자가 묻자 “지금 질문하신 분이 속한 언론사 사장은 기자 컴퓨터에 뭐가 저장돼 있는지 다 알 수 있나”라고 답했다.

특조단 단장으로 조사를 이끈 안철상 법원행정처장은 이날 출근길에서 양 전 대법원장을 비롯한 관련자들에 대한 형사 조치도 검토하겠다고 밝혔다. 안 처장은 “법리 구성을 달리하거나 더 깊이 있는 조사가 이뤄져 새로운 사실이 추가된다면 얼마든지 형사 조치를 취할 수 있다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지난 25일 특조단 조사 결과 발표 때의 입장이 바뀐 것이다.

양 전 대법원장은 ‘검찰 수사를 받을 의향이 있느냐’는 취재진 질문에 “검찰에서 수사를 한답니까. 그때 가서 봐야죠”라고 언짢은 기색을 보였다. 현재로서는 수사에 응할 의사가 전혀 없음을 내비친 셈이다.

한편 이날 전국법관대표회의는 특조단이 조사한 410개 문건 원문을 전부 공개해 달라고 법원행정처에 요청했다. 안 처장은 “제한된 인원에 한해 열람을 예정하고 있었다”고 답변했다. 판사뿐 아니라 일반 국민에게 공개하는 방안도 검토 중이다. 안 처장은 “비실명화 작업을 거쳐 국민들에게 공개하는 방안도 고려하고 있다”고 말했다.

이가현 기자 hyun@kmib.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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