CVID 이행하면… 美가 제시한 北 미래상은 ‘SCSP’

마이크 폼페이오 미국 국무장관(가운데)이 30일(현지시간) 뉴욕 맨해튼의 코린티안 콘도미니엄에서 김영철 북한 노동당 부위원장 겸 통일전선부장(왼쪽) 일행에게 창밖의 마천루 풍경을 설명하고 있다. 폼페이오 장관은 뉴욕의 화려한 스카이라인이 잘 보이는 이곳에서 김 부위원장과 만찬을 하며 북한이 더 밝은 미래를 어떻게 그려나갈지에 대해 이야기를 나눴다고 국무부가 밝혔다. 미 국무부 제공


strong(강하고)
핵 없애더라도 강한 나라 남을 수 있어
connected(연결된)
자유무역 통해 글로벌 경제 연결 가능
secure(안전하고)
지역적 차원서 체제 안전 보장 의미
prosperous(번영하는)
충분한 지원으로 경제적 번영 보장


마이크 폼페이오 미국 국무장관이 31일(현지시간) 뉴욕에서 김영철 북한 노동당 부위원장 겸 통일전선부장과 고위급 회담을 한 뒤 기자회견에서 밝힌 북한의 미래상에 관심이 쏠린다. 그는 “우리는 강하고(strong) 연결되고(connected) 안전하며(secure) 번영하는(prosperous) 북한의 모습을 상상한다”고 말했다. 첫 글자만 따면 SCSP로, 북한이 ‘완전하고 검증가능하며 불가역적인 비핵화(CVID)’를 실행할 경우 미국은 반대급부로 SCSP가 구현된 북한을 건설하는 데 역할을 하겠다는 뜻으로 읽힌다.

구체적으로 ‘강하고(strong)’라는 말은 북한이 핵을 없애더라도 강한 나라로 남을 수 있음을 강조하려는 말로 해석된다. 핵을 포기했을 때 얻을 반대급부나 경제적 번영이 핵을 가졌을 때보다 북한을 더 강하게 만들어줄 것이란 얘기다.

‘연결된(connected)’은 고립된 북한이 국제사회의 일원으로 편입돼 세계와 더불어 살아갈 수 있음을 일깨워주려는 차원이다. 비단 정치·외교적 단절 해소뿐 아니라 미국은 물론 전 세계와의 자유무역을 통해 글로벌 경제에 연결될 수 있음을 내비친 것이기도 하다.

‘안전하고(secure)’는 체제안전을 지칭한 것이다. 이는 향후 북·미 간 불가침조약 체결이나 ‘동북아 안보공동체’ 창설 등을 통해 지역적 차원에서 북한 체제의 안전을 보장하는 수순으로 이어질 수 있다. 폼페이오 장관도 회견에서 “북한이 비핵화를 할 경우 그들의 안보가 더 대단해질 것”이라고 강조했다. 이는 폼페이오 장관이 지난달 24일 상원 외교위원회 청문회에서 북한이 CVID를 실천하면 미국은 ‘완전하고 검증가능하며 불가역적인 안전보장(Guarantee, CVIG)’을 제공하겠다고 밝힌 것과도 맥락이 닿는 말이다.

‘번영하는(prosperous)’이란 언급은 말 그대로 그동안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나 폼페이오 장관이 누누이 강조해온 충분한 경제지원을 해주겠다는 의미다. 트럼프 대통령은 지난달 22일 문재인 대통령과 백악관에서 정상회담을 할 때 “한국의 경제 성장을 위해 미국은 수조 달러를 썼다”고 말해 미국이 대북 투자에 적극 나설 뜻을 내비쳤다. 폼페이오 장관도 당시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과 나 사이에 주고받은 대화를 다 공개하지 않겠지만 북한은 미국의 투자, 미국의 기술, 미국의 노하우를 얻게 될 것”이라고 강조했다. 폼페이오 장관이 전날 만찬 도중 김영철 부위원장에게 고층 빌딩들이 즐비한 뉴욕의 마천루를 자세히 설명한 것도 이런 경제적 번영을 강조하기 위한 차원이다.

결국 이런 표현들은 단순히 북한에 뭘 제공하겠다는 차원을 넘어 진정한 비핵화를 선택할 경우 북한이 사실상 전혀 새로운 국가로 재탄생할 것이고, 미국이 발 벗고 이를 돕겠다는 약속을 한 것으로 받아들여진다.

장지영 기자 jyjang@kmib.co.kr


 
트위터 페이스북 구글플러스
입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