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말레이시아에 ‘한국판 금 모으기’



말레이시아가 국가 부채를 줄이기 위한 펀드를 개설해 국민을 상대로 모금 활동에 나섰다. 한국에서 1997년 외환위기 당시 금 모으기 운동이 벌어진 것과 유사하다고 월스트리트저널(WSJ)이 31일(현지시간) 전했다.

림관엥 말레이시아 재무장관은 WSJ에 “30일 신탁펀드가 만들어진 첫날에만 200만 달러(약 21억원)를 모았다”고 밝혔다.

말레이시아판 ‘금 모으기 운동’은 지난 5월 초 크라우드 펀딩 사이트에서 시작됐다. 20대 여성 법학도가 말레이시아의 국가 부채 문제를 해소하기 위해 힘을 모으자고 주장하면서부터다. 많은 말레이시아 국민들이 소셜미디어를 통해 영수증의 스크린샷을 올리는 등 기부한 사실을 속속 알리면서 모금 활동은 계속 확산됐다. 기부금이 예상을 뛰어넘자 말레이시아 정부는 ‘타붕 하라판 말레이시아(THM)’라는 공식적인 펀드를 개설했다.

최근 61년 만에 첫 정권 교체를 이뤄낸 말레이시아는 전 정권이 막대한 국가 부채를 분식회계로 축소·은폐해온 사실을 밝혀냈다. 림 장관은 “말레이시아의 국가 부채가 1조 링깃(약 271조원)을 넘어선 것으로 확인됐다”고 밝혔다. 국내총생산(GDP)의 65%에 해당하는 돈으로, 전 정권이 밝혔던 부채 규모 7000억 링깃(약 190조원)을 훨씬 웃돈다. 특히 나집 라작 전 총리와 측근들은 2009년부터 2015년까지 최소 45억 달러(약 4조8000억원)를 해외로 빼돌렸다는 의혹을 받고 있다.

상황이 이렇게 되자 마하티르 모하맛 신임 총리는 재정지출을 줄이기 위해 싱가포르로 이어지는 고속철도 건설 계획을 폐기하고 장관들의 임금도 10% 삭감하기로 했다.

장지영 기자 jyjang@kmib.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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