폼페이오, 뉴욕 스카이라인 가리키며 “北의 밝은 미래”

마이크 폼페이오 미국 국무장관(왼쪽)과 김영철 북한 노동당 부위원장 겸 통일전선부장(오른쪽 두 번째)이 30일(현지시간) 뉴욕 맨해튼의 주유엔 미국 차석대사 관저에서 만찬을 하고 있다. 폼페이오 장관은 이 사진을 자신의 트위터에 올리며 “김영철과 좋은 실무 만찬을 가졌다”고 썼다. 폼페이오 옆은 앤드루 김 중앙정보국(CIA) 코리아임무센터장이다. 트위터


마이크 폼페이오 미국 국무장관과 김영철 북한 노동당 중앙위원회 부위원장 겸 통일전선부장의 뉴욕 회동은 맨해튼의 스카이라인이 한눈에 내려다보이는 고층빌딩에서 30일(현지시간) 만찬을 갖는 것으로 시작됐다. 맨해튼 중심가인 38번가 유엔 주재 미국대표부 차석대사 관저에서 열린 만찬에서 폼페이오 장관은 미국 방문이 처음인 김 부위원장에게 맨해튼 시내를 보여주면서 “북한이 올바른 선택을 하면 밝은 미래가 열릴 것”이라고 말했다고 국무부 고위 관계자가 전했다. 미국은 정상회담 준비를 위해 2000년 이후 처음으로 최고위급 북한 인사가 미국을 방문한 것이라는 점에 걸맞게 김 부위원장에게 정상급 수준의 경호와 의전을 제공하는 등 특급대우를 펼쳐 눈길을 끌었다.

폼페이오 장관은 “저녁식사는 훌륭했으며, 메뉴로 미국산 소고기스테이크와 옥수수, 치즈가 나왔다”고 만찬 분위기를 전했다. 폼페이오 장관은 김 부위원장과 가진 만찬 사진을 자신의 트위터에 올리기도 했다. 사진에서 이들은 활짝 웃는 모습으로 건배하는 모습도 보였다. 폼페이오 장관 옆자리에는 최근 그의 방북을 수행했던 미 중앙정보국(CIA)의 코리아임무센터장 앤드루 김이 앉았다. 이날 오후 7시부터 1시간30분 동안 진행된 만찬에서 폼페이오 장관은 비핵화 이후 북한에 대한 미국의 경제적 지원 구상을 강조한 것으로 전해졌다.

미국은 김 부위원장의 입국에 맞춰 특급 경호와 의전을 베풀었다. 김 부위원장이 탑승한 에어차이나 ‘CA981’호가 30일 오후 2시쯤 JFK 공항에 도착하자 국무부 관계자와 경호팀이 계류장까지 나가 김 부위원장을 맞는 모습이 AP통신 등 현지 언론사 카메라에 잡혔다. 통상 국가원수급에게 이뤄지는 ‘계류장 에스코트’를 제공한 것이다. 김 부위원장을 태운 차량은 경찰차의 호위를 받으며 6∼7대 세단 행렬 속에 섞인 채 입국장에서 기다리던 취재진을 따돌리고 공항을 빠져나갔다.

이후 김 부위원장은 오후 3시30분쯤 맨해튼 44번가에 있는 밀레니엄 힐튼 유엔플라자 호텔에 도착해 여장을 풀었다. 김 부위원장은 취재진이 쏟아내는 질문에 아무 대꾸를 하지 않은 채 호텔로 들어갔다. 김 부위원장이 폼페이오 장관과의 회동 장소로 워싱턴이 아닌 뉴욕을 선택한 것은 유엔주재 북한대표부에서 도청방지 장치가 달린 통신시설을 통해 김정은 국무위원장의 지시를 받기 용이했기 때문이라는 게 뉴욕 외교가의 분석이다. 북한과 미국은 외교관계를 수립하지 않았기 때문에 워싱턴에는 북한 공관이 없다.

미 재무부의 제재 대상으로 미국 입국 금지 대상인 김 부위원장의 방미 자체가 달라진 북·미 관계를 상징하는 것이라는 평가도 나왔다. 유엔의 한 외교 소식통은 “김 부위원장의 미국 방문을 앞두고 미국 정부가 그에 대한 제재 적용을 일시 유예하는 조치를 했을 것”이라고 말했다.

워싱턴=전석운 특파원 swchun@kmib.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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