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영철, 트럼프 만난다면 ‘선물’ 건넬 가능성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왼쪽)이 29일(현지시간) 워싱턴DC 백악관 남쪽 뜰에서 전용헬기 ‘마린 원’에 타기 전 마이크 펜스 부통령과 대화하고 있다. 트럼프 대통령이 30일 뉴욕에 도착하는 김영철 북한 노동당 부위원장 겸 통일전선부장을 만날지 여부에 관심이 쏠린다. 트럼프 대통령은 김 부위원장의 방미 소식을 트위터에 올릴 정도로 관심을 나타냈다. AP뉴시스


마이크 폼페이오 미국 국무장관이 30일(현지시간) 뉴욕에서 김영철 북한 노동당 부위원장 겸 통일전선부장을 만난다. 폼페이오 장관이 김 부위원장을 만나는 건 지난 4월 초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의 특사 자격으로 방북하면서 만난 이후 두 달 만에 세 번째다. 북한 밖에서 만나는 건 처음이다. 두 사람은 북·미 정상회담을 준비하는 양측의 최고위 관계자들이다.

폼페이오-김영철의 뉴욕 회동은 북·미 정상회담이 예정대로 싱가포르에서 열릴지를 결정하는 마지막 분수령이 될 전망이다. 두 사람은 각각 트럼프 대통령과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의 핵심 측근으로 판문점과 싱가포르에서 다루기 어려운 문제들을 매듭지을 것으로 보인다.

뉴욕타임스는 “북·미 정상회담의 막후협상이 중요한 지점에 도달했다”고 의미를 부여했다. 존 댈러리 연세대 교수는 CNN 방송과의 인터뷰에서 “북한의 권력자가 적진(미국)으로 오는 것”이라며 “이런 행동 자체가 양측에 신뢰를 구축한다”고 평가했다.

두 사람의 만남은 정상회담 준비를 매듭짓는 일종의 고위급 회담이지만, 기존 정상외교 준비과정과 비교하면 성격이 많이 다르다. 정상회담의 핵심 의제인 비핵화 실무 회담은 판문점에서 진행되고 있고, 회담의 절차와 형식은 싱가포르에서 병행되고 있다. 김 부위원장의 뉴욕 방문은 폼페이오 장관의 방북에 호응하는 답방 성격이지만 김 위원장의 대화의지를 설명하고 이를 통해 북·미 정상회담을 확실히 복원하자는 메시지를 공식적으로 전달하기 위한 차원이다.

관심은 김 부위원장이 트럼프 대통령을 만나 김 위원장의 친서나 구두메시지를 전달할지 여부다. 트럼프 대통령은 트위터를 통해 김 부위원장의 방미를 미리 공개할 정도로 관심을 보였다.

트럼프 대통령이 김 부위원장을 만날 가능성에 대해서는 한반도 전문가들과 워싱턴 외교가에서도 엇갈린다. 최근까지 북한과 1.5트랙(반관반민) 대화에 관여한 적이 있는 조엘 위트 38노스 편집자이자 스팀슨센터 선임연구원은 공영라디오 NPR과의 인터뷰에서 “김 부위원장의 방미가 흥미를 끄는 것은 그가 트럼프 대통령에게 김 위원장의 친서를 전달할지 여부”라며 트럼프 대통령과의 면담 가능성을 배제하지 않았다. 트럼프 대통령이 김 부위원장을 면담한다면 김 부위원장이 비핵화에 관한한 트럼프 대통령이 만족할 만한 대답을 갖고 왔다고 볼 수 있다.

다만 워싱턴 외교가에서는 회담이 열리기도 전에 북한이 자신들에 불리할 수도 있는 서한 내용을 전달하겠느냐고 의문을 제기하는 사람들이 많다.

이와 관련 세라 샌더스 백악관 대변인은 29일 테네시 내쉬빌로 이동하는 대통령 전용기 에어포스원에서 기자들과 간담회를 갖고 “북·미 정상회담이 열리든 안 열리든 다 준비를 하고 있다”면서 “현재는 예정대로 열릴 것이라는 걸 전제로 준비하고 있다”고 덧붙였다.

한편 백악관은 트럼프 대통령이 다음 달 7일 백악관에서 아베 신조(安倍晋三) 일본 총리를 만난다고 발표했다. 아베 총리는 트럼프 대통령에게 북·미 정상회담에서 일본인 납치 문제와 중거리 탄도미사일 폐기를 다뤄줄 것을 요구할 것으로 예상된다.

워싱턴=전석운 특파원 swchun@kmib.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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