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말레이, 고속철 백지화… 中 일대일로 타격

말레이시아 새 정부가 ‘친중(親中)’ 전임 정권이 추진한 대규모 철도 사업 2건에 제동을 걸었다. 모두 일대일로(一帶一路·육해상 실크로드) 구상에 따라 중국 돈이 많이 들어가는 사업이어서 중국의 전략에 차질이 생기게 됐다.

마하티르 모하마드 말레이시아 총리는 지난 28일 기자회견에서 말레이반도 고속철도(HSR) 계획을 전격 폐지하고, 동부해안철도(ECRL) 사업은 중국과 재협상한다고 밝혔다.

HSR은 말레이시아와 싱가포르를 연결하는 총사업비 600억 링깃(약 16조2500억원)짜리 사업으로, 지난해 말부터 사업자 선정을 위한 국제 입찰이 진행 중이었다. 특히 중국이 일대일로의 주요 사업으로 삼고 공세적으로 수주에 뛰어들었다. 그러나 마하티르 총리는 “막대한 건설비용에 상응하는 수익을 기대할 수 없다”며 사업 취소를 선언했다.

말레이시아 최대 규모의 철도 건설 사업인 ECRL은 지난해 8월 중국교통건설유한공사가 착공했다. 총사업비 550억 링깃(약 14조8900억원)의 85%도 중국 국영은행이 융자해 추진 중이었으나 말레이시아 새 정부가 계약 조건을 놓고 중국 측과 재협상에 나섰다.

마하티르 총리는 지난달 선거 유세 때부터 “ECRL은 우리 주권을 중국에 저당 잡히는 것”이라며 전면 재검토를 약속했다. 당시 총리였던 나집 라작은 중국과의 불화로 경제적 타격을 입었던 한국 사례를 언급하며 “ECRL 사업 취소는 대중(對中) 관계를 해칠 것”이라고 우려했다.

마하티르 총리는 나집 정권이 취했던 친중 노선의 수정을 꾀하고 있다. 말레이시아는 중국의 ‘채무장부 외교’의 위험에 노출된 나라 중 하나로 꼽힌다. 중국의 채무장부 외교는 개발도상국에 거액의 인프라 건설 자금을 빌려준 뒤 이를 지렛대로 해당 나라에 대한 외교·군사적 영향력을 키우는 방식이다. 채무 상환을 못하면 다른 대가를 내줘야 한다. 마하티르 총리는 유세 때 “빚을 갚지 못해 함반토타항 운영권을 중국에 넘겨야 했던 스리랑카의 전철을 밟지 말아야 한다”고 강조했다.

천지우 기자 mogul@kmib.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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