美 북한통 vs 北 미국통, 판문점서 ‘세기의 밀당’


판문점 북측 지역 통일각에서 미국 팀과 북한 팀이 만나 북·미 정상회담의 핵심 의제인 비핵화 방법에 관해 논의 중이다. 정상회담의 성패를 좌우할 중차대한 실무접촉에 나선 양측 협상단의 면면에 관심이 쏠린다.

미국 팀은 성 김 주필리핀 대사와 앨리슨 후커 백악관 국가안보회의(NSC) 한국담당 보좌관, 랜달 슈라이버 국방부 아시아·태평양담당 차관보로 꾸려졌다.

워싱턴포스트(WP)는 성 김 대사가 협상단 리더로 발탁된 것에 많은 전문가들이 안도하고 있다고 전했다. 미국의 대북 창구였던 조셉 윤 전 국무부 대북정책특별대표가 물러난 상황에서 성 김만큼 북핵 문제에 정통한 관료는 없기 때문이다.

서울 태생인 성 김은 2000년대 중반부터 북핵 6자회담 특사, 주한 미국대사(2011∼2014년), 6자회담 수석대표 겸 국무부 대북정책특별대표를 지냈다. 협상 파트너인 최선희 북한 외무성 부상과는 6자회담 때부터 만나 잘 아는 사이다.

2016년 주필리핀 대사로 취임했을 때 당시 국무장관인 존 케리는 “북한을 12번이나 방문한 성 김은 합리적 판단과 열심히 일하는 자세, 뛰어난 지능, 겸손함으로 명성을 얻었다”고 칭찬했다.

후커 보좌관은 대북 접촉 경험자가 부족한 도널드 트럼프 행정부에서 돋보이는 한반도 전문가다. 그는 2014년 북한 억류 미국인 2명의 석방 협상 때 제임스 클래퍼 당시 국가정보국(DNI) 국장을 따라 방북해 김영철 당시 정찰총국장(현 노동당 부위원장) 등을 만났다. 지난 2월엔 미 정부 대표로 평창 동계올림픽 폐막식에 참석한 이방카 트럼프 백악관 선임고문을 수행했다.

슈라이버 차관보는 이달 초 마이크 폼페이오 국무장관이 방북했을 때 동행한 관료 중 한 명이다.

북한의 최 부상과 최강일 외무성 북아메리카국 국장 대행은 대미 외교라인의 핵심이며 전형적인 북한 외교관 스타일이다. 협상장에서 막말을 하거나 자리를 박차고 나가는 등 과격한 행동을 서슴지 않는 ‘대남 일꾼’들과 달리, 북한 외교관들은 점잖고 온건한 편이다.

최 부상은 김일성 주석의 최측근이던 최영림 전 내각총리의 딸로, 유창한 영어실력에 좋은 출신성분까지 갖춘 엘리트다. 6자회담과 북·미 대화에서 영어 통역사로 활동하다 2010년 외무성 북아메리카국 부국장에 올랐다. 2016년 북아메리카국장을 거쳐 올해 초 미국 담당 부상으로 승진했다.

최 부상은 대미 외교와 북핵 협상을 실무적으로 총괄하고 있다. 외무성 산하 미국연구소 소장 직함을 달고 트랙1.5(반관반민), 트랙2(민간)에 나와 북한 입장을 대변했다. 그와 접촉한 경험이 있는 전직 정부 관계자는 “조용하고 본부 방침을 잘 따르는 완벽한 외교관”이라며 “스타일이 세련됐고 행동과 움직임이 상당히 조심스러웠다. 천성적으로 강경한 사람이라는 인상은 없었다”고 말했다.

최 부상은 2000년대부터 외무성 내부에서 상당한 영향력을 행사해 온 것으로 알려졌다. 외교 소식통은 “최 부상은 당시에도 상관인 김계관 외무성 제1부상을 아랫사람 대하는 듯했다”고 전했다.

북아메리카국에서 오래 일한 최 국장 대행은 평창올림픽 폐막식 때 김 부위원장을 따라 방남한 데 이어 지난 3월엔 핀란드 헬싱키에서 열린 남·북·미 트랙1.5 대화에 나왔다. 당시 행사에 참석했던 인사는 “최 국장은 아주 차분하고 온건했다. 출세욕도 많아 보이지 않았다”면서 “외무성 국장까지 올랐다면 능력은 갖췄을 것이지만 자신의 입장을 강하게 어필하는 사람은 아니었다”고 전했다.

천지우 조성은 기자 mogul@kmib.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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