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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머니 이명희 경찰 출석… 딸들처럼 “물의 일으켜 죄송”

이명희 일우재단 이사장이 28일 공사장에서 갑질한 혐의를 조사 받기 위해 서울 종로구 서울경찰청 광역수사대에 출석하며 기자들의 질문에 답하고 있다. 최종학 선임기자


포토라인 선 첫 대기업 총수 아내 “피해자 회유한 적 없다” 부인
운전기사 등 피해자 11명 확보… 조양호 일가 횡령·배임 200억대


공사현장 작업자와 관계자들에게 손찌검을 하는 등 ‘갑질’ 의혹을 받고 있는 조양호 한진그룹 회장의 부인 이명희(69) 일우재단 이사장이 28일 경찰에 피의자 신분으로 출석했다.

이 이사장은 이날 오전 9시55분쯤 서울 종로구 서울경찰청에 모습을 드러냈다. 감색 정장 차림에 목에 스카프를 맨 그는 포토라인 앞에서 고개를 숙인 채 “물의를 일으켜 죄송하다” “피해를 끼쳐 피해자들께도 죄송하다”며 거듭 ‘죄송하다’고 말했다. 회사 임직원들에게 할 말이 없느냐고 묻자 “모든 분들께 죄송하다”고 했다.

앞서 소환됐던 두 딸 조현아(44) 전 대한항공 부사장, 조현민(35) 전 대한항공 전무와 비슷한 표정에 비슷한 말투였다. 조 전 전무와 조 전 부사장은 각각 지난 1일과 24일 수사당국에 출석하면서 “심려를 끼쳐드려 죄송하다”는 말만 반복했다.

이 이사장은 범죄혐의에 대한 질문에는 구체적인 답변을 피했다. ‘화분과 가위를 던진 것 맞느냐’ ‘상습폭행 인정하느냐’는 질문에는 “성실히 조사 받겠다” “조사받고 말씀 드리겠다”고만 답했다. 피해자 회유 시도 의혹과 관련해서도 “없다”고 주장했다.

이 이사장은 2014년 5월 그랜드하얏트 인천 호텔 증축 공사장에서 공사담당자들에게 폭언을 퍼부으며 밀친 혐의를 받고 있다. 2013년 여름 서울 평창동 자택 리모델링 공사를 하던 작업자들에게 욕을 하고 폭행을 했다는 의혹도 받고 있다.

경찰은 최근 한 달간 이 이사장 주변을 조사하면서 한진그룹 계열사 전·현직 임직원과 운전기사 등 11명의 피해자 진술을 확보했다. 이 이사장이 가위 등을 사람을 향해 던졌다는 진술도 받아낸 것으로 알려졌다.

이주민 서울경찰청장은 이날 기자간담회에서 “이 이사장에 대해 특수폭행과 상습폭행, 업무방해, 상해 혐의 등을 적용할 수 있을지 검토하고 있다”고 말했다. 한진 일가 경비업체의 조 회장 자택 근무 의혹에 대해서도 “제보를 받아 수사 중”이라며 “급여 내역 등 기초 사실관계를 조사했으며 파견업체 관계자들을 상대로 진술을 받을 계획”이라고 말했다.

조 회장 일가의 탈세 의혹 등을 수사 중인 서울남부지검 형사6부는 이들의 횡령·배임 규모가 200억원 이상인 것으로 파악했다. 검찰은 조 회장이 부동산 관리회사 등 계열사에 일감을 몰아주거나 대한항공의 기내용 면세품을 수입업체에서 직접 공급받지 않고 개인 회사인 트리온무역과 미호인터내셔널을 거쳐 납품받는 방식으로 부당이익을 취한 것으로 보고 있다.

허경구 기자 nine@kmib.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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