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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끄러운 역사’ 되풀이… 법정 선 MB ‘결백’ 주장

110억원대 뇌물수수와 350억원대 다스 자금 횡령 등 혐의로 구속 기소된 이명박 전 대통령이 23일 서울 서초구 중앙지법에서 열린 첫 정식 재판에 출석해 피고인석에 앉아 있다. 이 전 대통령 측은 국가적 위신이 떨어질 수 있다며 촬영 반대 의사를 밝혔지만 재판부는 국민적 관심과 사안의 중요성, 공공의 이익, 박근혜 전 대통령의 전례를 고려해 촬영을 허가했다. 사진공동취재단


12분간 장문의 입장 피력… 文정부 원색적 비난은 없어

23일 또 한 명의 전직 대통령이 뇌물 혐의 피고인 신분으로 법정에 섰다. 이명박 전 대통령은 1년 전 박근혜 전 대통령이 섰던 피고인석에서 자신의 결백을 주장했다.

이 전 대통령은 “다스는 형님(이상은 회장) 회사”라고 강조했다. 다스 실소유주 문제를 놓고 치열한 법정 공방을 예고한 셈이다. 공교롭게도 이날은 노무현 전 대통령 서거 9주기이기도 했다.

서울중앙지법 형사합의27부(부장판사 정계선) 심리로 진행된 1회 공판기일에서 이 전 대통령은 모두진술을 위해 미리 준비해 온 입장문을 12분가량 읽었다. 입장문은 변호인단과 측근들의 조언을 반영해 고심 끝에 작성한 것으로 알려졌다. 검찰이나 현 정부를 겨냥한 원색적 비난은 없었다. 다만 “검찰도 무리한 기소라는 것을 속으로 인정하고 있을 것”이라며 불만을 드러냈다. 또 검찰 수사에 이어 ‘다스는 누구 것인가’를 밝히는 과정이 재판에서도 핵심 쟁점이 될 것임을 시사했다. 이 전 대통령은 “제 상식으로는 도저히 이해할 수 없는 게 다스 소유”라고 못 박았다.

이 전 대통령은 검찰 제출 증거에 모두 동의한 이유를 먼저 설명했다. 그는 “금융위기를 극복하기 위해 밤낮없이 일했던 사람들을 법정에 불러 추궁하는 것은 받아들이기 힘든 일”이라고 말했다. 재임 시절 동고동락했던 측근들과 얼굴 붉힐 일을 만들고 싶지 않다는 뜻이다. 일각에서는 재판에 대한 관심도를 떨어뜨리고 불리한 진술을 미리 차단하기 위한 전략이라는 분석이 나온다.

삼성으로부터 다스 소송비를 대납 받고 이건희 삼성전자 회장을 사면했다는 혐의에 대해서는 강한 어조로 부인했다. 이 전 대통령은 “뇌물을 받았다는 공소 사실은 충격이자 모욕”이라며 “평창 동계올림픽이라는 국익을 위해 IOC위원인 이 회장을 사면한 것”이라고 주장했다.

이 전 대통령은 “산업화와 민주화 세대 간 갈등을 극복하고 화합의 시대를 열어가야 한다”며 우회적으로 이번 수사가 정치적 보복 차원에서 이뤄졌다는 점도 언급했다.


이가현 기자 hyun@kmib.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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