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정은 위원장, 핵실험장 폐기 현장 직접 참관 가능성

북측 안내원이 23일 강원도 원산 갈마비행장에 도착한 남측 공동취재단을 안내하고 있다. 공동취재단은 오후 7시쯤 원산역에서 열차를 타고 풍계리 핵실험장을 향해 출발했다. 원산=사진공동취재단


원산서 열차 12시간 이상 이동… 버스 21㎞ 도보 2시간 더 가야
열차 창문 블라인드로 가려… 방사능측정기·위성전화 압수
맥스선더 훈련 종료 맞물려 경색됐던 남북 관계 풀릴 듯


함경북도 길주군 풍계리 핵실험장 폐기 현장을 취재할 5개국 공동취재단이 23일 오후 강원도 원산에서 특별전용열차를 타고 풍계리를 향해 출발했다. 이들은 24일 오전 핵실험장 인근에 도착할 것으로 보인다. 북측이 2006년부터 6차례 핵실험을 강행해온 풍계리 핵실험장 폐기 수순이 카운트다운에 돌입했다.

남측 공동취재단은 이날 오후 6시쯤 원산 갈마호텔을 떠나 7시쯤 원산역에서 열차를 타고 풍계리 핵실험장을 향해 출발했다.

앞서 남측 공동취재단은 오후 2시48분쯤 원산 갈마비행장에 도착했다. 북측이 당초 이날부터 25일까지 풍계리 핵실험장을 폐기하기로 한 만큼 데드라인에 임박해서야 도착한 것이다.

북측은 기상 상황이 좋을 경우 24일 핵실험장을 폐기할 것이라고 밝혔다.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이 핵실험장 폐기 현장을 직접 참관할 것이라는 관측도 나온다. 북측의 핵 폐기 의지를 대외적으로 홍보하는 차원에서 김 위원장이 참석할 수 있다는 얘기다.

북측은 당초 남측 취재단 명단 접수를 거부하다 이날 오전 판문점 채널을 통해 명단을 받았다. 남측 취재진은 ‘막차’를 타고 가까스로 현지의 국제 기자단에 합류할 수 있었다. 마지막까지 우리 측을 애태우는 전형적인 북한의 ‘남측 길들이기’로 풀이된다.

북측이 오전 9시쯤 명단을 받은 뒤 남측 취재단은 우리 정부가 급히 마련한 수송기 VCN-235를 타고 방북했다. 경기도 성남 서울공항에서 이들을 태운 수송기는 동해 직항로를 통해 ‘역ㄷ자’로 비행해 원산에 도착했다. 북측 세관은 남측 취재단이 소지한 방사능측정기, 위성전화 등을 압수했다. 압수품은 취재단 귀국 시 돌려주겠다고 했다.

5개국 공동취재단은 원산에서 풍계리 핵실험장 인근 재덕역까지 총 416㎞ 구간을 특별전용열차로 이동한다. 시속 35㎞로 달리면 12시간 정도 소요되지만 철로 상태가 좋지 않을 경우 열차 이동에만 16∼17시간이 걸릴 수 있다. 재덕역에서 풍계리 핵실험장 부근까지 비포장도로 구간 약 21㎞는 버스로 이동한다. 이어 2시간가량 걸어야 해 총 소요시간은 20시간 안팎이 될 것으로 보인다. 기자들에게 배정된 전용열차 창문은 바깥 풍경을 볼 수 없도록 블라인드로 가려졌다. 기자들은 왕복 열차요금 75달러, 식사비용 20달러를 냈다고 AP통신이 보도했다.

풍계리 핵실험장은 길주군 시내에서 약 42㎞ 떨어진 만탑산 계곡에 위치해 있다. 만탑산은 화강암과 현무암으로 이뤄졌다. 핵실험장 폐기는 24일 오후, 늦어도 25일에는 이뤄질 것으로 예상된다. 폐기는 핵실험장 갱도 벽에 구멍을 뚫고 다이너마이트를 대량 설치한 뒤 폭파하는 방식이 될 것으로 관측된다.

한편 북측의 핵실험장 폐기가 이뤄지고 한·미 연합 공중훈련(맥스 선더) 등이 종료되면 최근 경색됐던 남북 간에 대화가 재개될 수 있다는 기대가 나온다. 문재인 대통령은 22일(현지시간)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과의 정상회담에서 “25일 이후에 지금 교착상태에 있는 부분들이 풀려나갈 것”이라고 말했다.

이상헌 기자, 원산=공동취재단 kmpaper@kmib.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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