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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살맛 나는 세상 문 활짝 연 당신의 빈자리가…” 노무현 전 대통령 추도식


‘평화가 온다’ 주제로 열려
아들 건호씨 “내년 10주기엔 北 대표도 함께 하기를…”
전국서 몰려든 추모객들 “추도식이라기보다 축제”


“당신의 꿈은 이미 우리의 꿈이 되었고, 그것은 현재 진행형입니다.”

23일 경남 김해시 진영읍 봉하마을 대통령 묘역에서 권양숙 여사를 포함한 유족과 시민 등 6000여명이 참석한 가운데 ‘노무현 대통령 서거 9주기 추도식’이 엄수됐다. 정세균 국회의장은 공식 추도사를 통해 “구(舊)시대의 막내가 아니라 새 시대의 밀알로 거듭난 당신을 결코 잊지 않겠다”며 노 전 대통령에 대한 그리움을 나타냈다. 정 의장은 “사람 사는 세상, 살맛 나는 세상의 문은 활짝 열렸지만 그 기쁨만큼이나 당신의 빈자리가 아쉽다”며 “어떤 가치도 평화 위에 두지 않겠다는 당신의 말씀 깊이 간직하고 실현해 나가겠다. 시민의 힘으로 열어나갈 대한민국의 새로운 내일을 지켜봐 달라”고 강조했다.

‘평화가 온다’를 주제로 한 올해 추도식은 박혜진 아나운서의 사회로 진행됐고 국민의례와 ‘임을 위한 행진곡’ 제창, 추모영상 상영, 유족 인사말, 추도사 등이 이어졌다. 가수 이승철이 ‘그런 사람 또 없습니다’ 추모공연을 했고, 노래를 찾는 사람들과 시민합창단의 ‘아침이슬’ 추모공연도 진행됐다.

추도식에는 더불어민주당 추미애 대표와 홍영표 원내대표, 민주평화당 장병완 원내대표, 정의당 이정미 대표 등 각 정당 대표와 국회의원, 지자체장 등이 대거 참석했다. 이해찬 노무현재단 이사장과 이재정·정영애·윤태영·전해철·이광재·차성수·천호선 이사 등 노무현재단 임원 및 참여정부 인사들도 다수 자리를 지켰다.

김대중 전 대통령 유족을 대표해 김홍걸 민족화해협력범국민협의회 대표상임의장이, 정부 측에서는 김부겸 행정안전부 장관과 대통령비서실 한병도 정무수석 등이 참석했다. 유족을 대표해서는 아들 노건호씨가 감사의 마음을 전했다.

건호씨는 “한반도의 평화정국은 지금도 조마조마한 순간들을 헤쳐 나가고 있다”며 “내년 10주기에는 부디 북의 대표도 함께할 수 있을 정도의 상황과 여건이 이루어질 수 있기를 기원한다”고 말했다.

노 전 대통령의 마지막 비서관인 김경수 더불어민주당 경남지사 후보는 이날 하루 선거운동 일정을 비우고 온종일 추모객을 맞았다. 김 후보는 추도식 시작 전 기자들과 만나 “추도식을 찾아주신 국민들의 마음속에 노 전 대통령께서 꿈꾸던 상식과 원칙이 통하는 사회, 사람 사는 세상에 대한 꿈이 다 녹아있다고 생각한다”고 소감을 밝혔다. 그는 자신의 페이스북에도 “우리들은 노 전 대통령을 ‘대장’이라고 불렀다”며 장문의 추모 글을 남겼다. 드루킹 사건을 겨냥한 듯 “저도 요새 들어 여러 군데 두들겨 맞았다”며 “어둠에 맞서는 제 근육이 더 단단해졌다”는 언급도 있었다.

추도식을 찾은 이모(64·김해시 내동)씨는 “이맘때가 되면 생각나는 사람이 노 전 대통령”이라며 “이제는 추도식이라기보다 축제로 승화된 것 같다”고 말했다. 부산에서 왔다는 윤모(61)씨도 “노 전 대통령이 평소에 평화에 대한 말씀을 많이 하셨다”며 “남북 정상회담에 이어 북·미 정상회담도 잘 마무리해 한반도에 평화와 번영의 꽃이 피었으면 한다”고 말했다.

추도식에 앞서 자원봉사단체는 노 전 대통령의 상징인 노란색 풍선과 바람개비 등을 나눠 주며 추도식 열기를 달궜고, 노무현재단은 참석자들에게 점심 도시락 2000개를 준비해 나눠줬다.

김해=이영재 기자, 김판 기자 yj3119@kmib.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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