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죽어서 나무 한 그루만 남겼으면… ‘구본무의 선택’ 수목장, 관심↑



나무 밑에 뼛가루 묻어 ‘흙으로’
유골함도 쉽게 썩는 전분 소재 자연 훼손 안하는 친환경 방식
자녀 세대 관리 부담도 덜어 문의 증가… 안치율 느는 추세


박모(64·경기도 수원)씨는 최근 아내와 함께 장례업체를 찾아 수목장을 예약하고 왔다. 죽으면 화장해 유골을 묻을 장소와 그 위에 심을 묘목의 종류까지 정했다. 퇴직 후 실행하기로 정해놓은 버킷리스트 중 하나였다. 박씨는 “많은 면적을 차지하지도 않고 무엇보다 나무가 심겨 시민들의 쉼터로 활용될 수 있다고 해서 오래전부터 고려하고 있었다”며 “일반 묘지에 비해 관리에 손도 덜 가기 때문에 자녀들에게도 도움이 될 거란 생각에 수목장을 선택했다”고 말했다.

사후 화장을 한 뒤 납골당 형식의 추모공원 대신 수목장을 선택하는 이들이 늘고 있다. 지난 20일 별세한 LG그룹 구본무 회장의 장례가 대기업 총수로는 이례적으로 수목장으로 치러지면서 관련 업체에 문의도 늘었다. 충남 공주 정안수목장 관계자는 “구 회장 수목장 소식이 보도되면서 하루 20∼30건씩 문의 전화를 받고 있다”고 말했다. 경기도 용인 용인공원묘원 관계자도 “수목장 관련 문의가 평소보다 10∼20% 정도 늘어날 것으로 본다”고 말했다.

수목장을 선호하는 이들은 꾸준히 늘어왔다. 한국장례문화진흥원이 지난해 8월 성인남녀 2042명을 대상으로 조사한 장례 방법 선호도 조사에 따르면 화장 후 넓은 의미의 수목장인 자연장(수목형·수목장형·화초형·잔디형)을 선호하는 이는 40.1%였다. 납골당 및 묘지 봉안형을 선호하는 이는 40.5%, 산골형은 15.9%였다.

실제 안치율도 계속 늘어나는 추세다. 진흥원에 따르면 지난 1월 전국 사망자 3만1600명 중 화장을 한 사례가 2만6526명으로 83.9%에 이른다. 과거에는 화장을 치른 이들이 대부분 납골당에 유골을 보관하는 방식을 선택했지만 최근에는 10∼20%가 수목장으로 장례를 치르고 있다. 한국수목장협회 이창화 이사는 “실제 수목장으로 유골을 안치하는 사람들은 꾸준히 증가하는 추세”라며 “전국에서는 15%, 수도권에서는 20% 정도가 수목장을 선택하는 것으로 파악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전문가들은 수목장이 친환경적인데다 유족들의 관리도 매장이나 납골당 봉안보다 편리해 수요가 늘고 있다고 분석했다. 수목장은 일반적인 매장이나 납골 방식과 달리 시신을 화장하고 유골을 나무 밑에 묻는 장례 방식이다. 수목장에는 1인 기준으로 평균 500만원 정도가 든다. 나무의 종류와 나무를 심는 위치에 따라 가격이 달라진다. 매장은 봉분을 위해 공동묘지나 공터가 필요하고 납골당 방식은 구조물을 세워야 하지만 수목장은 자연환경을 거의 훼손하지 않는다. 이 이사는 “나무 밑에 뼛가루를 묻을 때는 전분으로 만든 유골함에 담거나 뼛가루를 그대로 묻는 방식을 이용하기 때문에 일정시간이 지나면 유골은 흙으로 돌아간다”며 “벌초 작업 등으로 인해 손이 많이 가는 매장 방식이나 유골함의 습기 상태를 늘 점검해야 하는 납골 방식과 달리 사후관리도 부담이 덜하다”고 했다.

산림청도 2006년부터 수목장림 조성과 운영·관리를 위한 기본계획을 수립하고 수목장림 시설을 확대하기 위해 노력하고 있다. 신성만 한동대 심리학과 교수는 “유교적 공동체주의가 사라지고 개인주의가 자리를 잡으면서 묘소 관리에서도 편의성을 추구하는 흐름이 나타난 것”이라며 “환경친화적인 삶에 대한 관심이 높아지고 있어 자연과 동화된다는 느낌을 줄 수 있는 수목장이 더 늘어날 것”이라고 내다봤다.

강경루 기자 roo@kmib.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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