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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네 눈을 들어’ 실천… 다문화학생들 보듬은 손



초등학교 1학년 민우(가명)는 또래보다 키가 한 뼘이나 작았다. 가느다란 팔과 다리, 푸석한 얼굴은 아이를 더 왜소하게 보이게 했다. 수업시간에는 멍하니 칠판을 보고 쉬는 시간에는 시선을 어디다 둬야 할지 몰라 했다. 엄마가 필리핀 출신인 민우는 한글로 자기 이름조차 쓸 줄 몰랐다. 담임교사는 학교 다문화담당 교사에게 도움을 요청했다. 민우는 그렇게 전영숙(58·사진) 교사를 만났다.

전 교사는 초등교사 36년차인 베테랑이다. 그가 다문화 학생에 다가가는 방식은 ‘전방위 개입’이다. 가정이 안정돼 있지 않으면 학교 교육은 한계가 분명하다고 본다. 민우도 가정 형편을 살펴보는 것부터 시작했다. 민우네는 낡은 월세 아파트에 살고 있었다. 한국인 아버지는 이혼 후 소식이 끊겼다. 맏이인 민우 아래로 동생이 둘 더 있었다. 경제력이 없는 엄마는 어찌할 바를 모르고 있었다. 민우 입학하기 전까지 세상은 민우네의 사정을 알지 못했다.

전 교사는 먼저 모자원(미성년 자식을 거느린 배우자 없는 어머니와 자녀를 수용·보호하는 시설)으로 옮길 수 있도록 도왔다. 둘째 아이는 유치원, 막내는 어린이집에 보내도록 했다. 민우 엄마의 일자리도 찾아다녔다. 다행히 영어 능통자여서 방과후 교사로 일자리를 얻을 수 있었다. 전 교사는 토요일과 방학에도 민우를 만나 한글을 가르쳤다. 올해 4학년이 된 민우는 여느 아이들처럼 크고 있다.

전 교사는 경북 칠곡군 왜관초등학교에서 2011년부터 지난해까지 민우 같은 다문화 학생을 돌봤다. 그 전에 재직했던 대구의 학교들에서는 다문화 학생을 만날 기회가 없었다고 한다. 칠곡에서 처음 가르치게 된 다문화 학생을 보고 충격을 받았다. 한국말로는 의사소통도 되지 않고 가정까지 허물어진 경우가 허다했다. 어디부터 손을 대야 할지 막막해하다 다니던 교회 목사에게 조언을 구했다. 목사는 성경 한 구절을 읽어줬다.

“네 눈을 들어 사방을 보라. 무리가 다 모여 네게로 오느니라. 네 아들들은 먼 곳에서 오겠고 네 딸들은 안기어 올 것이라.”(사 60:4)

목사는 “다문화 학생이 전 교사의 아들과 딸”이라며 “선교하러 해외도 가는데 이들(다문화 학생)은 고맙게도 우리에게 스스로 다가온 사람들”이라며 손을 잡아주라고 했다. 전 교사는 ‘이 일이 내 소명이구나’ 다짐을 했다. 제2, 제3의 민우와 그 엄마가 전 교사의 따뜻한 손길을 만났다.

전 교사는 23일 교육부와 한국교직원공제회가 시상하는 제7회 ‘대한민국 스승상’을 받았다. 현직 교사가 받을 수 있는 최고 등급의 홍조근정훈장이었다. 전 교사는 수상 소감에서 “훌륭하신 분이 많은데, 분에 넘치는 상이다. 전부 하나님의 은혜”라며 “몇 년 남은 교직생활 동안은 물론이고 퇴직 후에도 다문화 학생과 그 엄마들을 위해 살겠다”고 말했다.

이도경 기자 yido@kmib.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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