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퇴물 전락한 런던 ‘빨간 공중전화’… ‘작품’이 됐다

영국 런던 시민 우마르 칼리드는 빨간 공중전화박스를 작은 카페로 꾸며 장사를 하고 있다. CNN방송 캡처


‘가끔은 떠나보내기 어려운 것도 있는 법이다.’ 영국을 상징하는 명물인 빨간 공중전화박스는 역사 속으로 사라지는 듯했다. 쓸모없어진 고철덩어리가 된 것이다. 하지만 공중전화박스에 대한 영국인들의 애정에 새 아이디어가 더해지면서 옛 시절에 대한 향수에 재미와 기능까지 갖춘 ‘작품’으로 재탄생하게 됐다고 뉴욕타임스(NYT)가 22일(현지시간) 전했다.

빨간색의 철제 공중전화박스는 1926년 처음 등장했다. 당시 영국 화력발전소 소속 건축가였던 가일스 길버트 스코트 경이 디자인한 것으로, 영국을 찾는 관광객들에게 대표적인 볼거리 중 하나가 됐다. 하지만 80년대 영국전화국이 민영화되고 휴대전화가 보급되면서 외면받기 시작했다.

엔지니어 토니 잉글리스가 운영하는 업체는 거리에서 공중전화박스를 철거해 되파는 일을 맡았다. 고물 집적소에 줄지어 있던 엄청난 수의 전화박스를 바라보던 잉글리스의 머릿속에 ‘리모델링해 재활용하면 어떨까’ 하는 생각이 스쳤다. 그는 당장 수백개의 전화박스를 사들여 보수한 뒤 판매에 들어갔다. 주변에서 누가 사가겠느냐며 정신 나간 짓이라고 놀렸다. 하지만 잉글리스의 예상은 적중했다. 옛것을 간직하고 싶어하는 영국인들의 생각과 맞아떨어진 것이다.

구매자들은 다양했다. 커피와 빵을 파는 작은 카페, 마을 도서관, 스마트폰 수리센터, 이동식 사무실 등의 용도로 팔렸다. 시골에선 구급차를 대신해 심장충격기 박스가 되기도 했다.

역사학자 댄 스노는 “현재의 삶이 고달픈 영국인들은 과거에 집착하는 경향이 있다”면서 “요즘 사람들이 그리워하는 것들 대부분은 영국이 헤게모니를 장악했던 시대를 떠올리게 한다”고 말했다.

임세정 기자 fish813@kmib.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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