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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집트 국경 열렸다”… 가자지구 탈출 행렬

이집트가 국경을 개방하자 황폐한 가자지구를 탈출하려는 팔레스타인인들의 월경 행렬이 이어지고 있다고 월스트리트저널(WSJ)이 22일(현지시간) 전했다.

압델 파타 엘시시 이집트 대통령은 지난 17일 시작해 다음 달 15일까지 이어지는 라마단(이슬람 성월) 기간 동안 가자지구 접경 라파 검문소를 개방한다고 지난 18일 발표했다. 라파 검문소는 가자지구 팔레스타인인들이 외부로 나갈 수 있는 출구 3곳 중 하나다. 나머지 2개 국경 검문소는 이스라엘이 통제하고 있다.

이집트 국경 개방은 가자지구 탈출을 원하는 이들에게 드문 기회다. 이집트와 이스라엘은 팔레스타인 무장단체 하마스가 가자지구를 장악한 2007년 국경을 봉쇄했다. 이후 매우 간헐적으로 열리는 국경을 넘으려고 대기자 명단에 이름을 올린 팔레스타인인이 수천명이었다고 WSJ는 설명했다. 요르단 등지로 여행할 수 있는 비자를 발급받고도 이스라엘의 거부로 국경을 통과하지 못한 사람도 많았다. 미국 워싱턴DC와 비슷한 면적의 가자지구에는 약 200만명이 살고 있는 것으로 추산된다.

이번에 이집트 국경을 넘은 가자 주민은 새 일을 찾아 이주하려는 택시기사, 공부하고 싶어 하는 청년, 자녀에게 새로운 기회를 주려는 아버지, 치료받으려는 환자 등 다양한 이유로 탈출을 원하는 사람들이다. 가자지구는 이스라엘과 하마스 간 잇단 충돌로 경제가 붕괴되다시피 했고 공공서비스도 정상적으로 작동하지 않고 있다.

가자 주민들은 이집트를 거쳐 터키, 알제리 등 제3국으로도 향하고 있다. 이들이 타국에서의 미래를 낙관적으로만 보는 것은 아니다. 법학 공부를 위해 알제리에 가고 싶다는 카람 아부 에렌반(18)은 “사람들은 그곳에 가서 아무 이유 없이 총에 맞기도 한다”며 신변안전에 의문을 품었다. 그럼에도 일부는 다시 돌아올 계획이 없다고 WSJ에 말했다.

가자지구 정치경제학자 오마르 샤반은 “가자에는 희망이 없다”며 “주민들을 가장 힘들게 하는 것은 그들이 지금 고통을 당하고 있다는 사실이 아니라 고통의 끝이 언제인지 알지 못한다는 점”이라고 말했다.

강창욱 기자 kcw@kmib.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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