文 “25년간 북한에 기만당했지만 이번엔 다르다”



한반도의 항구적 평화 정착을 위한 협조 당부
정의용 “北·美 정상회담 99.9% 성사된 것으로 본다”

미국을 방문한 문재인 대통령이 한·미 정상회담에 앞서 마이크 폼페이오 국무장관과 존 볼턴 백악관 국가안보보좌관을 면담했다. 문 대통령은 북·미 정상회담 사전 협상을 진행 중인 이들을 격려하고 한반도의 항구적 평화 정착을 위한 협조를 당부했다.

문 대통령은 22일(현지시간) 미국 워싱턴 영빈관 블레어하우스에서 폼페이오 장관과 볼턴 보좌관을 30여분간 면담했다.

폼페이오 장관은 북·미 정상회담 준비를 위해 두 번이나 방북한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의 최측근이다. 지난 3월 말 1차 방북 당시 김정은 국무위원장과 비핵화 논의에 상당한 진전을 이끈 것으로 알려졌다. 볼턴 보좌관은 일괄타결 방식의 ‘리비아식’ 북핵 해법을 주장하는 강경파 참모다. 북한이 볼턴 보좌관의 발언을 맹렬히 비판하자 백악관은 “북한에 리비아식이 아닌 ‘트럼프식’ 비핵화 모델을 적용할 것”이라고 한발 물러섰었다.

문 대통령은 “두 분은 미국의 외교와 안보에서 아주 핵심적인 역할을 맡고 계시다”며 “ 특히 한국으로서는 한반도의 운명이나 미래를 좌우하는 중요한 시기이기 때문에 한국 국민들이 두 분에게 거는 기대가 아주 크다”고 말했다. 폼페이오 장관은 “서훈 국가정보원장과 굉장히 잘 협력하고 있고, 북한 문제에 대해 많은 토론을 하고 있다”고 답했다. 볼턴 보좌관도 “강경화 외교부 장관과 정의용 청와대 국가안보실장 등 우리가 상대한 모든 분들이 대단히 협조적이었고 투명했고 많은 도움을 줬다”며 “저희 역시 여러분에게 그러했기를 원한다. 오늘 긍정적인 결과가 있기를 바란다”고 화답했다.

문 대통령은 특히 “많은 사람들이 지난 25년간 북한과의 협상에서 기만당했다는 회의적 시각을 가지고 있으나 이번엔 역사상 최초로 ‘완전한 비핵화’를 공언하고 체제안전·경제발전을 희망하는 북한의 최고지도자와 협상한다는 점에서 이전과는 차원이 다르다”고 강조했다. 문 대통령이 트럼프 대통령과의 정상회담에 앞서 이들을 별도 면담한 것은 한반도 문제에 대한 이들의 역할이 절대적임을 방증하는 것이다.

문 대통령의 미국 방문을 수행 중인 정의용 청와대 국가안보실장은 21일 워싱턴으로 향하는 대통령 전용기에서 기자간담회를 열고 “북·미 정상회담은 99.9% 성사된 것으로 본다”며 “다만 여러 가능성이 있을 수 있어 대비하고 있다”고 말했다. 잇단 북한의 돌출 행동과 미국 내 일각의 부정적인 여론에도 불구하고 북·미 정상회담에 대한 긍정적 전망을 밝힌 것이다.

북·미 정상회담에 부정적인 외신 보도에도 적극 반박했다. 정 실장은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20일 문 대통령과의 통화에서 ‘왜 문 대통령의 장담(assurance)과 북한의 공식 담화 내용이 다르냐’고 물었다는 외신 보도에 대해 “제가 정상 통화에 배석했지만 그런 내용은 없었다”고 부인했다. 또 트럼프 대통령이 참모들에게 회담에 대한 회의감을 드러냈다는 보도에 대해서도 “우리가 감지한 내용은 없다. 국가안전보장회의(NSC) 협의 과정이나 정상 간 통화 분위기에서도 그런 느낌은 못 받았다”고 강조했다.

북한이 한·미 공군의 맥스선더 훈련을 계기로 미국과 정부를 각각 비판하는 등 돌출 행동을 하는 데 대해서는 “북한 측 입장을 우리가 이해하는 방향으로 고민하고 있다”고 말했다. 회담 준비 과정에서 외교적으로 고립된 북한 입장을 우리가 충실히 이해하기 위해 노력하겠다는 뜻으로 해석된다.

워싱턴=강준구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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