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구광모, CEO 경험 없어… 6인 부회장단 조력 받을 듯





LG그룹을 이끌게 된 구광모(40·사진) LG전자 상무는 2006년 입사 이후 경영수업을 받아왔으나 아직 최고경영자(CEO)로서 경험은 없다. LG의 장자승계 원칙에 따라 경영권을 물려받지만 당장 총수로서 전면적 역할 수행은 힘들 것이라는 평가가 많다. 재계에서는 그룹 6인 부회장단의 조력을 받는 과도체제를 거칠 가능성이 크다고 본다.

21일 재계에 따르면 LG는 고(故) 구본무 회장의 장례를 마치는 대로 경영승계 작업을 본격화한다. 구 상무는 지난 17일 지주사인 ㈜LG의 등기이사에 내정됐으며 다음 달 29일 주주총회에서 승인 과정을 거칠 예정이다. 주총까지 한 달여 기간 LG 이사회는 그의 승진 여부와 향후 그룹 경영 방향을 논의할 것으로 보인다.

이사회는 일단 구 상무를 사장이나 부사장으로 승진시킬 가능성이 있다. 그룹 경영을 총괄할 역할에 맡는 직급이 필요하다는 이유에서다. 구 상무는 지난 연말 인사에서 승진하지 않고 자리만 ㈜LG에서 LG전자 B2B사업본부로 옮겼다. 이번에 회장이나 부회장으로 승진할 수 있지만 경영권 승계가 확실한 상황에서 직급은 큰 의미가 없다는 이야기도 나온다.

그보다는 경영능력 검증과 함양이 더 시급한 과제다. 구 상무는 대리로 입사해 LG전자 재경부문과 미국 뉴저지법인, HE(홈엔터테인먼트) 사업본부, ㈜LG 등에서 근무했다. 화학 디스플레이 통신 등 다른 주요 계열사에선 일해보지 않았다. CEO 역할도 해본 적이 없다.

재계에서는 이런 상황이 그의 할아버지 구자경 명예회장이 창업주인 고 구인회 회장에게서 경영권을 물려받은 1970년과 비슷하다고 본다. 구 명예회장도 1969년 12월 31일 부친이 뇌질환으로 사망한 직후 45세에 그룹 경영권을 물려받았다. 이때 삼촌인 구철회(1975년 별세) 락희화학 사장이 럭키그룹 운영위원회 의장을 맡아 5년여간 조카를 도왔다. 다른 삼촌인 구정회(1978년 별세) 사장도 그룹 기획조정실장으로 1년간 보좌했다.

구 상무로의 4세 경영승계도 1970년대와 비슷한 과도체제를 거칠 것이라는 시각이 많다. 다만 이번엔 ‘삼촌들’보다 전문경영인 6명이 조력자 역할을 할 것으로 보인다. 차석용 LG생활건강·박진수 LG화학·권영수 LG유플러스·한상범 LG디스플레이·조성진 LG전자·하현회 LG 부회장이 그들이다.

특히 하 부회장의 역할이 주목받고 있다. 그는 지주사 ㈜LG뿐 아니라 LG디스플레이, LG전자에서도 근무한 경험이 있어 그룹 업무 전반을 꿰뚫고 있다는 평가다. 구 상무와는 2015년부터 지난해 말까지 LG에서 임원으로 호흡을 맞췄다. 하 부회장은 특히 오너일가의 두터운 신뢰를 받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으며 지난 3월 LG 등기이사로 재선임됐다. 구 상무의 친부인 구본능 희성그룹 회장도 공식 직책은 맡기 힘들겠지만 어떤 식으로든 조력자 역할을 할 것으로 예상된다.

권기석 기자 keys@kmib.co.kr

그래픽=안지나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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