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파격 또 파격… 해리·마클 로열웨딩 세계가 “원더풀”

영국 왕위 계승 서열 6위인 해리 왕자와 할리우드 스타 배우 메건 마클이 19일(현지시간) 런던 외곽 윈저성의 세인트 조지 성당에서 결혼식을 한 뒤 마차를 타고 시내를 돌며 감사 인사를 하고 있다. 이날 결혼식은 이혼한 적이 있는 흑인 혼혈 여성을 왕가에 며느리로 들인 것 못지않게 시아버지의 팔짱을 낀 신부 입장, 흑인 주교의 설교, 남편에 대한 복종서약을 대신한 신부의 연설에 이어 흑인 합창단의 소울 음악이 울려 퍼지는 등 파격의 연속이었다. AP뉴시스


영국의 해리 왕자와 할리우드 여배우 메건 마클이 19일(현지시간) 윈저성의 세인트 조지 성당에서 결혼식을 치른 뒤 하객들에게 인사하기 위해 성당을 나서고 있다. 마클의 드레스는 프랑스 패션브랜드 지방시의 첫 여성 디자이너인 영국 여성이 제작했고, 손에 든 부케는 해리 왕자가 전날 정원에서 직접 고른 꽃으로 만든 것이다. 해리의 어머니 고 다이애나비가 좋아했던 물망초꽃이 포함됐다. AP뉴시스


영국 왕위 계승 서열 6위인 해리 왕자와 할리우드 스타 배우 메건 마클이 19일(현지시간) 런던 외곽 윈저성의 세인트 조지 성당에서 결혼식을 한 뒤 마차를 타고 시내를 돌며 감사 인사를 하고 있다. 이날 결혼식은 이혼한 적이 있는 흑인 혼혈 여성을 왕가에 며느리로 들인 것 못지않게 시아버지의 팔짱을 낀 신부 입장, 흑인 주교의 설교, 남편에 대한 복종서약을 대신한 신부의 연설에 이어 흑인 합창단의 소울 음악이 울려 퍼지는 등 파격의 연속이었다. AP뉴시스


신부 메건 마클의 어머니 도리아 래그랜드가 19일 딸의 결혼식 도중 눈시울을 붉히고 있다. AP뉴시스


한 흑인 남성이 19일 해리 왕자 부부 사진과 영국 국기가 함께 인쇄된 깃발을 흔들며 윈저성 근처에서 환호하고 있다. AP뉴시스


검은 피부 주교가 결혼식 설교… 마클, 부친 에스코트 없이 입장
흑인 대다수 英왕실합창단 흑인음악명곡 ‘스탠드 바이 미’ 불러
윈저성에서 결혼식… 10만 인파 언론 “진취적… 모든 게 바뀐 하루”


“사랑에는 구원의 힘이 있습니다. 사랑에 담긴 힘을 발견함으로써 우리는 세상을 새롭게 할 수 있습니다. 사랑만이 유일한 길입니다.” 흑인 주교의 목소리가 런던 외곽의 유서 깊은 윈저성 세인트 조지 성당 안에 울려 퍼졌다. 흑인인권운동의 선구자 마틴 루서 킹 주니어 목사의 설교 문구였다. 전 세계가 주목한 영국의 로열웨딩 무대에서 다른 피부색의 주인공 남녀는 마주보며 누구보다 행복하게 미소를 지었다.

19일(현지시간) 치러진 영국 왕실 해리(33) 왕자와 할리우드 배우 메건 마클(36)의 결혼식은 여러 면에서 파격이었다. 왕실 역사상 첫 유색인종과의 결혼식이 상징하는 의미를 드러내기 위해 준비된 장면들이 세계의 주목과 환호를 동시에 받았다.

결혼식 설교는 성공회 최초의 흑인 주교이자 미국 성공회 의장 주교인 마이클 커리(65)가 맡았다. 성공회 수장인 영국의 캔터베리 대주교가 로열웨딩을 주관해 온 관례에 비춰보면 파격적인 선정이었다. 흑인 위주로 구성된 왕실 합창단원 약 20명은 미국의 1960년대 블루스 발라드인 ‘스탠드 바이 미’를 선보였다. 미 흑인인권운동 시위 현장에서도 자주 불렸던 노래다.

신부 마클은 건강 문제로 결혼식에 불참한 아버지 대신 시아버지 찰스 왕세자의 팔짱을 끼고 입장했다. 전통적인 신랑을 향한 신부의 복종서약도 없었다. 대신 마클은 결혼생활을 잘 해나가겠다는 짧은 연설로 서약을 대체했다. 여성의 권리신장을 적극적으로 주장해온 마클의 의중이 반영된 것으로 해석된다.

마클의 웨딩드레스는 프랑스 패션브랜드 지방시의 사상 첫 여성 디자인 책임자인 영국인 클레어 웨이트 켈러가 만들었다. 디자인이 단순하면서도 우아했다는 평가를 받았다. 5m 길이의 흰색 베일은 영국 왕실의 역할을 강조하기 위해 영연방(Commonwealth) 소속 53개 국가의 꽃송이로 끝을 수놓았다. 여기에 왕가를 상징하는 납매꽃과 마클의 고향 미 캘리포니아주의 금영화가 더해졌다. 마클이 머리에 쓴 은빛 티아라(관)는 1932년에 만들어져 엘리자베스 여왕의 조모인 메리 왕비가 생전에 썼던 것이다. 마클이 든 부케는 해리 왕자가 결혼식 전날 정원에서 직접 선택한 흰 꽃들과 백합, 그리고 20여년 전 숨진 어머니 다이애나비가 생전에 좋아했던 물망초꽃들로 만들어졌다. 결혼식 비용은 약 3200만 파운드(466억원)로 추정된다. 이 중 보안에만 94%인 3000만 파운드가 소요됐다.

결혼식에는 해리 왕자나 마클과 친분이 있는 약 600명이 초청됐다. 어머니 다이애나의 형제자매 셋도 식장에 왔다. 조카 샬럿 공주는 신부 들러리에 포함됐다. 이외 축구 스타였던 데이비드 베컴과 영국의 팝 디바 빅토리아 부부를 비롯해 미국 배우 조지 클루니 부부와 테니스선수 세레나 윌리엄스 등이 식장을 찾았다. 테리사 메이 총리를 비롯해 정치인들은 초청 대상에서 제외됐다. 윈저성 인근엔 10만 인파가 몰려 커플의 새 출발을 축하했다.

왕실 전통에 따라 해리 왕자는 서식스 공작, 덤바턴 백작, 카이킬 남작 작위를 받았다. 마클은 서식스 공작부인이 됐다. 윈저성에서 신혼 첫날밤을 보낸 부부는 잠시 영국이나 아일랜드 등지에 머물다 신혼여행을 떠날 예정이다. 시선을 피할 수 있는 나미비아나 르완다, 보츠와나 등 아프리카 국가가 후보로 거론된다.

언론들은 이번 결혼식에 각별한 의미가 있다며 찬사를 보냈다. 현지 주간 옵저버는 “열리고 진취적이며 긍정적인, 더 나은 영국의 얼굴을 보여줬다”고 전했다. 미 CNN방송은 “보수적인 왕실 문화를 비롯해 모든 것이 바뀐 하루였다”고 극찬했다.

조효석 기자 promene@kmib.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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