北 ‘3대 요구조건’ 어깃장에 남북관계 올스톱





“南 태도 전환 없이는 대화 불응” 北 매체들 일제히 비난 포문
정부, 현실적으로 수용 불가능… 광복절 이산가족 상봉 빨간불
민감한 문제 꺼내들어 속도 조절… 비핵화 조건 완화용 압박 해석도


문재인 대통령과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이 ‘판문점 선언’을 내놓은 지 3주 만에 남북 관계가 완전히 멈춰 섰다. 남북 정상의 공약 중 군사분계선(MDL) 일대 확성기 방송 중단을 제외하면 제대로 이행된 건 하나도 없다. 북한은 한·미 연합 공중훈련과 태영호 전 영국 주재 북한공사 기자회견을 문제 삼은 데 이어 탈북 여종업원 송환까지 요구하는 등 남북 관계 전반을 경색 국면으로 몰고 가고 있다.

북한 적십자회 중앙위원회 대변인은 “반공화국 대결모략 날조극이며 반인륜적 범죄행위인 괴뢰보수패당의 집단유인납치 사건을 어떻게 처리하는가 하는 것이 판문점 선언에 반영된 북남 사이의 인도주의적 문제 해결 전망을 결정하는 데 큰 영향을 미치게 될 것”이라며 “우리 여성 공민들을 지체 없이 가족의 품으로 돌려보내는 것으로써 북남 관계 개선의 의지를 보여줘야 한다”고 밝혔다고 노동신문이 20일 보도했다.

북한이 언급한 ‘인도주의적 문제’는 이산가족 상봉을 의미한다. 북한은 2016년 4월 중국 북한식당 여종업원 탈북 직후부터 이들의 송환을 이산가족 상봉과 연계해 왔다. 하지만 올 들어 남북 관계가 개선 국면을 맞은 이후 북한이 이 문제를 공개적으로 문제 삼은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올해 광복절에 이산가족 상봉 행사를 연다는 판문점 선언 이행에도 빨간불이 켜졌다.

북한은 최근 들어 남북 간 까다로운 현안을 집중 거론하며 우리 정부를 압박하고 있다. 올 초부터 한동안 민감한 현안은 제쳐둔 채 남북 관계 개선에 몰두해 온 것과 비교하면 온도차가 크다. 북한은 한·미 공군의 ‘맥스선더’ 훈련과 태 전 공사의 회고록, 탈북자 단체 대북전단 발송 등을 비난하며 우리 정부의 태도 전환 없이는 남북 대화에 응할 수 없다는 입장이다. 당초 이달 중 열기로 합의가 됐던 남북 고위급 회담과 장성급 군사회담도 개최가 불투명해졌다.

북한의 요구사항은 우리 정부로서는 받아들일 수 없는 게 대부분이다. 한·미 훈련 조정은 미국과의 협의가 필요하다. 표현의 자유를 인정하는 자유민주주의 체제에서 태 전 공사의 활동을 막을 수도 없다. 대북전단은 통일부와 경찰이 판문점 선언을 명분으로 만류하고 있지만 예고 없는 기습 발송까지는 막기 어렵다. 여종업원 송환 역시 이미 탈북해 대한민국 국민이 된 사람을 북으로 돌려보낸 전례가 없다는 점에서 현실적으로 불가능하다.

고유환 동국대 북한학과 교수는 “북한은 판문점 선언에서 합의한 대로 이산가족 상봉 전에 여종업원 문제를 해결하라는 기본 입장을 밝힌 것”이라며 “이 문제는 간단히 해결될 성격은 아니지만 북한 입장에서는 이를 제쳐두고 이산가족 상봉을 얘기할 수 없다”고 말했다. 고 교수는 “판문점 선언 이후 남북 관계를 재정립하려는 차원에서 여종업원 문제를 제기했다고 본다”고 부연했다.

북한의 진짜 의도는 다른 데 있다는 분석도 나온다. 우리 정부가 요구사항을 받아들이기를 기대한다기보다 남북 관계의 속도 조절을 위해 각종 민감한 문제를 명분으로 끌어들였다는 것이다. 한·미 정상회담에서 미국이 북한 비핵화 조건을 완화할 수 있도록 우리 측을 압박하려는 의도라는 해석도 있다. 정부 당국자는 “남북 관계는 멈추거나 되돌릴 수 없다는 게 정부의 기본 입장”이라며 “판문점 선언에서 합의한 내용이 차질 없이 이행될 수 있도록 최선을 다할 것”이라고 말했다.

조성은 기자 jse130801@kmib.co.kr


 
트위터 페이스북 구글플러스
입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