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씨, 김경수 혐의 알려준다며 자신에 대한 수사 축소 요구”
검찰, 이례적 회견 통해 밝혀

“검찰이 수사를 축소했다”는 드루킹 김동원(49·구속 기소)씨의 옥중편지가 공개되자 검찰이 이례적으로 긴급 기자회견을 열고 허위라고 밝혔다. 검찰은 오히려 김씨가 김경수 전 의원의 범행가담 사실을 진술하는 조건으로 자신에 대한 수사 축소를 요구했다고 했다. 옥중편지 속 폭로는 검찰이 이를 거절하면서 나온 ‘덤터기’라는 게 검찰 설명이다.

18일 검찰에 따르면 김씨는 지난 11일 변호사를 통해 “검사님께 선물을 드릴 게 있다”면서 검찰에 면담을 요청했다. 5월 들어 검찰의 계속된 소환조사 요구를 거절했던 김씨가 먼저 면담을 요청해 오자 검찰은 심경 변화가 있나 싶어 14일 그를 불러 면담했다. 면담은 오후 2시30분부터 50분간 서울중앙지검 10층에서 진행됐다.

김씨는 이 자리에서 “현재 경찰에서 수사 중인 댓글 조작 사건에 대해 검사님께 폭탄 선물을 드릴 테니 자신의 요구조건을 들어 달라”고 했다. 그가 말한 폭탄 선물은 “(댓글 공작에 사용한) 매크로 등 이용 사실을 사전에 김 의원에게 이야기해줬다”는 것이었다. 김 전 의원이 댓글 공작을 이미 알고 용인했다는 주장이다. 김씨는 김 전 의원이 이처럼 범행에 가담했다고 증언해 검찰이 수사 실적을 올리게 해주겠다며 거래를 제안했다고 한다.

김씨는 그 대가로 자신과 경제적공진화모임 회원들에 대한 수사 및 추가 기소를 중단하고 현재 진행 중인 재판을 신속히 종결해 달라고 요구했다. 검찰이 이를 거부할 경우 경찰에 가서 다 얘기를 하겠다며 검·경 사이를 저울질하기도 했다.

검찰은 김씨의 이 같은 요구를 불법으로 보고 묵살했다. 검찰은 “경찰에 가서 사실대로 진술하라”는 취지로 돌려보낸 다음 경찰에 김씨 면담 내용을 알렸다. 서울지방청 사이버수사대는 전날 서울구치소를 방문해 김씨를 추가 조사했다. 검찰 관계자는 “드루킹이 진상을 호도해 수사 축소라는 허위 주장을 하고 있는 것이 이번 논란의 본질”이라며 “김씨의 불법적 요구 과정을 모두 영상 녹화해 놨다. 필요하면 공개할 의향도 있다”고 말했다.

검찰은 김씨가 조선일보에 보낸 편지에서 ‘지난 14일 다른 피고인 조사 시 모르는 검사가 들어와 김경수 관련 진술은 빼라고 지시했다’고 주장한 것에 대해서도 사실 무근이라고 밝혔다. 김씨와 공범 관계인 서유기 박모(30·구속 기소)씨를 소환하긴 했지만 16일 열릴 재판에 대비해 매크로 프로그램 ‘킹크랩’ 시연과 작동 원리 등을 확인하고 자수서를 받기 위한 취지였다고 설명했다.

황인호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