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美에 반기 든 EU… 이란제재 무력화법 부활

에마뉘엘 마크롱 프랑스 대통령, 테리사 메이 영국 총리 그리고 앙헬라 메르켈 독일 총리가 17일(현지시간) 불가리아 소피아에서 열린 유럽연합(EU)와 서발칸 정상회담 후 이야기를 나누고 있다(사진 왼쪽부터). AP뉴시스


이란 진출 유럽 기업 보호 위해 쿠바 이어 2번째 ‘대항법령’ 가동
이란핵합의, 파기-존치 힘겨루기… 마크롱은 美와 무역 분쟁 난색


유럽연합(EU)이 이란에 진출한 기업을 미국의 제재로부터 보호하기 위해 일명 ‘대항법령(blocking statute)’을 22년 만에 부활시켰다. 이란에 대한 미국의 일방적 제재를 무력화하는 조치다. 그러나 유럽 기업들의 불안감을 해소할 수 있을지는 미지수다.

EU는 유럽 기업들이 미국 제재를 받지 않고 이란과 계속 거래할 수 있도록 18일부터 대항법령을 되살려 적용키로 했다고 영국 BBC가 보도했다. 대항법령은 자국이 허용하는 사항을 외국법이나 외국 정부가 금지할 경우 무리한 제약으로부터 자국민을 보호하는 법이다. EU가 1996년 미국의 쿠바 제재에 따른 유럽 기업들의 피해를 막기 위해 도입했지만 실제로 적용된 적은 없다. 이 법이 적용되면 유럽 기업들은 미국이 벌금을 부과하더라도 따를 필요가 없다.

미국은 지난 8일 ‘이란 핵 협정 탈퇴’를 선언하며 이란에 대한 경제 제재에 돌입했다. 1주일 만에 두 차례 추가 단독 제재를 발표한 데 이어 이란과 거래하는 외국 기업까지 제재하는 방안을 검토 중이다. 핵 협정으로 중단됐던 제재는 별다른 조치가 없는 한 오는 8월과 11월 부문별로 재개된다.

EU와 주요 회원국은 미국의 이란 핵 협정 탈퇴 이후 재차 협정 수호 의지를 밝히며 이란과의 거래도 유지키로 하고 해법을 모색 중이다. 하지만 유럽 기업들은 EU에 크게 기대를 걸지 않는 분위기다. 주요 기업은 미국 금융기관을 통한 금융 조달과 미국 내 사업 등이 어려워지는 상황을 우려하고 있다. 이들 기업은 미국 주주의 지분도 높은 편이다.

프랑스 대형 정유업체 토탈은 지난 16일 미국의 이란 제재로 영향을 받게 된다면 50억 달러(약 5조3900억원) 규모의 이란 가스전 프로젝트를 중단하겠다고 발표했다. 세계 1위 해운사 덴마크 머스크라인의 유조선 부문인 머스크탱커는 이란의 에너지 분야에 대한 미국의 제재가 재개되는 오는 11월 4일까지 이란 내 고객사와의 계약을 단계적으로 줄이기로 했다.

에마뉘엘 마크롱 프랑스 대통령은 17일 EU 정상 만찬 행사가 열린 불가리아에서 기자들과 만나 “미국에 맞서 이란의 동맹이 되진 않을 것”이라며 “프랑스 기업들에 이란에 머무르라고 강요하지 않을 것”이라고 말했다. 사실상 토탈의 결정이 어쩔 수 없는 일임을 인정한 셈이다.

한편 EU가 ‘이란 핵 협정 유지’ 입장을 고수하는 상황에서 유럽 기업들의 피해가 커지면 미국 기업들에 보복 조치하는 방안이 논의됐지만 실현될지는 아직 미지수다.

강창욱 기자 kcw@kmib.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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