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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성년 피팅모델도 “음란사진 촬영 강요당했다”

올해 초 모델 아르바이트를 하다가 성추행을 당했다고 주장하는 유예림양. 사진=유양 제공


“일반 사진모델로 속인 후 촬영 들어가자 분위기 돌변… 노출·노골적 자세 요구”
‘스튜디오 하드콘셉트 촬영’ 인터넷서 쉽게 찾을 수 있어… 다운받으면 처벌받을 수도


미성년자 피팅모델 유예림(17)양이 음란사진 촬영을 강요당했다고 공개적으로 고백했다. 유튜버 양예원씨와 이소윤씨에 이어 세 번째 폭로다. 이들은 모두 10대 또는 20대 초반의 어린 나이에 피팅모델 데뷔 명목으로 노출사진 촬영을 강요당했다. 모델 지망생들의 꿈을 악용한 비공개 촬영회가 곳곳에서 벌어진 것이다.

유양은 18일 국민일보와의 통화에서 “어린 여성들을 상대로 이런 비공개 촬영회가 공공연하게 이뤄지고 있다”며 “합정역 근처에 특히 이런 스튜디오가 많다”고 주장했다. 그는 구인 사이트에 피팅모델 지원 이력서를 올리면 스튜디오 실장들이 개별적으로 연락해 온다고 설명했다. 몇 번의 포트폴리오 촬영으로 안심시킨 뒤 다수의 남성 ‘작가’들이 참석하는 비공개 촬영회에 모델로 세우는데, 여기서 회유와 협박을 동원해 수위 높은 노출을 강요한다는 것이다.

유양도 지난 1월 구인 사이트에 피팅모델 이력서를 올린 뒤 스스로를 스튜디오 실장이라고 소개한 남성에게서 연락을 받았다. 이력서에서 유양은 “피팅모델을 꿈꾸고 있는 열여덟 살 검정고시 준비생”이라고 소개했다. 유양에게 연락한 실장도 처음에는 “일반 사진회나 포트폴리오 모델을 구하고 있다”고 했다.

유양은 며칠 뒤 서울 마포구 지하철 2호선 합정역 6번 출구 근처 스튜디오에 갔다. 촬영은 설명과 달랐다. 유양은 “(실장이) 티팬티와 팬티가 다 보이는 치마, 망사로 된 원피스와 셔츠를 주면서 입고 나오라고 했다”며 “자꾸 제 옷을 들추면서 ‘몸이 좀 드러나야 사진이 잘 나온다’고 하더라”고 말했다. 실장은 시간이 지날수록 더 노골적인 자세를 요구했고, 유양의 신체부위를 언급하는 성희롱 발언도 했다. 유양은 거듭 거절 의사를 표현했지만 실장은 “알겠다”면서도 계속 노출을 강요했고, 유양도 이미 찍힌 사진이 유포될까 두려워 뛰쳐나오지 못했다. 그가 다섯 차례 촬영을 끝으로 그만둔 뒤에도 실장은 “왜 연락을 받지 않느냐”는 문자를 끈질기게 보냈다. 유양이 페이스북에 폭로하는 글을 올린 뒤에야 “제 실수였다”며 “사진은 찍고 지웠다. 보상해드리겠다”고 했다.

비슷한 피해자는 더 많은 것으로 추정된다. 유양은 “실장이 촬영 당시 ‘가끔 작가님들 5∼6명이 오시는데 미성년자는 싫어하시니 나이를 속여 달라’고 말했다”고 전했다. 이런 촬영이 처음이 아니었던 셈이다. 양씨와 이씨 피해고백 글에도 “저도 사진촬영 피해자다” “글을 읽다보니 저와 비슷한 점이 많다” 등의 댓글이 여러 개 달려 있다.

사진촬영 스튜디오의 회원이 모이는 인터넷카페 게시물에는 ‘섹시 콘셉트 촬영회’ ‘참가비 20만원’ ‘소장용’ 등의 문구가 단골로 등장한다. “스튜디오에서 하는 촬영은 아트누드 콘셉트와 하드 콘셉트로 나뉜다” “시작 전에 사진사들에게 본명과 주민번호, 연락처를 받고 사진을 유출하지 않는다는 각서를 쓰게 한다”고 설명해놓고 있다.

서울 마포경찰서는 양씨와 이씨를 불러 비공개 고소인 조사를 했다. 경찰은 지난 11일 이들의 고소장을 접수한 뒤 전담수사팀을 꾸려 수사에 착수했다. 이르면 19일 피고소인 조사를 진행할 계획이다.

경찰 관계자는 “유포된 사진을 파일공유 방식인 토렌트로 다운받을 경우 업로드가 동시에 진행되는 토렌트 특성상 음란물유포죄를 적용해 처벌할 수 있다”고 했다.

이재연 기자 jaylee@kmib.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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