HOME  >  시사  >  종합

5·18민주화운동 38주년 기념식 ‘오월광주, 정의를 세우다’

18일 오전 보슬비가 내리는 가운데 광주 북구 국립5·18민주묘지에서 열린 5·18민주화운동 제38주년 기념식에서 추미애 더불어민주당 대표, 김성태 자유한국당 원내대표, 박주선 바른미래당 공동대표(앞줄 왼쪽 두번째부터)가 손을 마주 잡고 '임을 위한 행진곡'을 부르고 있다. 뉴시스


이낙연 국무총리 등 5000여명 참석, 예년과 달리 뮤지컬 공연처럼 꾸며
독일인 기자 故 힌츠페터씨 부인 등 ‘푸른 눈의 목격자’ 가족 다수 참석


5·18민주화운동 제38주년 기념식이 18일 오전 10시 광주 북구 국립5·18민주묘지에서 열렸다.

기념식에는 이낙연 국무총리와 각 부처 장관, 여야 정당 지도부, 5·18유공자, 유족, 시민, 학생 등 5000여명이 참석했다. 진행은 5·18을 소재로 한 영화 ‘임을 위한 행진곡’ 주인공인 김꽃비 김채희씨가 맡았다. 50여분간 진행된 기념식 내내 보슬비가 내렸지만 참석자들은 우비를 입거나 우산을 쓰고 자리를 끝까지 지켰다.

‘오월광주, 정의를 세우다!’를 주제로 한 올해 기념식은 예년과 달리 한 편의 뮤지컬 공연처럼 꾸며졌다. 기념식 서두를 장식한 추모공연에는 5·18 당시 가두방송에 나섰던 전옥주(본명 전춘심)씨가 찬조 출연해 그날의 상황을 생생하게 재연했다. 마이크 앞에 선 전씨가 “광주시민 여러분, 지금 우리 형제자매들이 죽어가고 있습니다. 여러분, 도청으로 나오셔서 우리 형제자매들을 살려 주십시오”라고 외치자 기념식장은 순식간에 38년 전 그날로 되돌아가는 듯했다.

5·18 당시 행방불명된 이창현(당시 8세)군과 이군을 38년 동안 찾아다닌 아버지의 이야기를 영상, 내레이션, 연기 등을 가미해 15분 분량의 현장 뮤지컬로 재구성한 ‘시네라마’ 공연도 선보였다. 공연 막바지에는 아버지 이귀복씨가 직접 출연해 “팔도강산을 숱하게 찾아다녔지만 아들은 아직도 소식이 없다”고 울먹였다. 1980년 당시 초등학교 1학년이던 이군은 휴교령이 내려진 1980년 5월 19일 집을 나섰다가 돌아오지 않았다.

이날 기념식에는 5·18의 참상을 목격하고 세계에 알린 ‘푸른 눈의 목격자’ 가족들도 다수 참석했다. 영화 ‘택시운전사’의 실제 주인공인 독일인 기자 고 위르겐 힌츠페터씨의 부인, 헬기 사격을 증언한 고 아널드 피터슨 목사의 부인 등이 기념식장을 찾았다.

광주기독병원 원목실장이자 의사로 5·18의 참상을 전파한 고 찰스 헌틀리 목사의 미망인 마사 헌틀리(76) 여사는 하늘나라의 남편에게 보내는 편지를 낭독해 기념식장을 울음바다로 만들었다. 기념식 말미에 단상에 오른 헌틀리 여사는 “1980년 5월 광주 시민들의 인간애는 헌혈하는 사람들이 너무 많아 말릴 만큼 뜨거웠다”며 “광주는 정의의 다른 이름이 됐다”고 말했다. 지난해 6월 타계한 헌틀리 목사는 “광주에 묻히고 싶다”는 유언에 따라 지난 17일 광주 양림동 호남신학대 선교사묘역에 유해 일부가 안장됐다.

기념식은 지난해에 이어 ‘임을 위한 행진곡’을 제창하는 것으로 막을 내렸다. 기념식을 주관한 국가보훈처는 이날 참석자들에게 나눠준 안내문에 “5·18은 1980년 5월 18일 광주에서 신군부 세력을 거부하고 민주화를 요구해 일어난 시민봉기로 깨어 있는 민중들이 민주사회 발전의 원동력임을 확인하는 계기를 마련했다”고 적었다.

광주=장선욱 기자 swjang@kmib.co.kr




트위터 페이스북 구글플러스
입력